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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다빈 Dec 31. 2019

읽고 들으면 더 좋은 #1 <Liability>

자기혐오와 연민의 공존

So I guess i'll go home. Into the arms of the girl that i love, the only love I haven't screwed up. 그래서 난 집에 가기로 했어. 내가 한 번도 망친 적 없는 유일한 사랑인 그녀(나)의 품 속으로.


관계를 맺는 건 어렵다.

갈고리를 휙휙 던져 대충 걸어 만드는 그런 관계 말고,

타인이 나의 전부를 받아들여 진실로 통하는 그런 관계는 늘 난제다.


혹시 깨진 관계에 내 탓을 해본 적 있는지?

내가 잘못돼서 모자라서 못나서 등등.
책임의 화살을 전부 자신으로 돌려 더 깊이 침잠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곡을 들어보라.

느린 피아노와 함께 시작되는 이 곡은 뉴질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Lorde의 두 번째 정규앨범 수록곡이다.

따라 부르기엔 음역대가 낮은 편이지만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마치 꽉 찬 울음에 잠긴 목소리처럼 들려 더욱 처연하다.

도입부에 로드가 뭐라고 읊조리듯 노래하는 부분을 들어보면,

"He don't wanna know me says he made the big mistake of dancing in my storm, says it was poison."


그가 더 이상 날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나를 알게 된 건 큰 실수였으며, 그건 거의 독이었다고 했단다.

이 얼마나 큰 상처인가. 내가 얼마나 최악이었으면 저렇게까지 잔인하게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는 한다는 말이 "You're a little much for me,

You're a liability."라니.

참, 어디 신파극에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대사 아닌가.

"넌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야."


?...에라이, 이런 개똥 같은 사람아! 과분하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여기서 'liability.'를 뭐라고 해석할지가 중요한데 나는 이것을 사전적 의미의 '책임'이라기보단, '골칫덩이'쯤으로 여겼다.

'넌 내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유별나고, 제멋대로에, 기도 세고... 그냥 좀 부담스러워.' 정도의 뉘앙스랄까.

 
저 말을 들은 여자는 택시 안에서 엉엉 운다. 울 수밖에.

그리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 유일하게 한 번도 관계를 망친 적 없는, 가장 사랑하는 그녀의 품에 안기고 뺨을 내어주어 위로받겠노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한 여자가 스스로를 부둥켜안고 뺨을 쓰다듬는 이상한 광경이겠지만.


이 곡이 매력적인 이유는
관계의 종결 후 모든 이들이 겪게 되는 자기혐오와 연민의 공존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타에 의해 상처를 입게 되면 방어기제가 발동한다. 나 또한 그랬고, 나를 보호하려 한참을 애쓰곤 했다. 그러다 다시 상처들이 떠올라 가슴을 찌르면 결국 나를 탓하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Liability에서는 이런 모순적인 감정의 서사를 잘 드러냈다. 담담해서 더 슬프다.




I understand, I'm a liability. Get you wild, make you leave. I'm a little much for everyone...
다 이해 해. 난 골칫덩어리니까. 널 화나게 하고, 떠나버리게 만들지.
난 모두에게 버거운 사람이거든....


백문이 불여일청. 음악은 듣는 것이기에, 스스로를 사랑하지만 늘 상처 속에서 허우적대는 나와 같은 여러분이 꼭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의외로 치유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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