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선꽃언니 Jun 22. 2021

집에서 쫓겨났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빠와 산다는 것

아침 열한 시 조금 못된 시각. 집 앞에 잘 조성된 둘레길 흔들의자에 앉아있다.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집에서 알 커피로 탄 냉커피 한잔을 들고.


아 여기로 이사 오셨어요?
장인어른이랑 같이?

아빠는 올해로 만 65세. 왕성한 에너지를 자랑하는 꽃중년의 아저씨다. 내가 자식을 낳으면 할아버지가 되겠지만 아직 그 타이틀을 원치 않는 아빠. 


아빠는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의 헬스장을 등록했다. 이사 오고 제일 먼저 한 일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수명이 단축된다고 건강관리에 힘쓰는 아빠가 고맙다. 그것과 별개로 아빤 아침에 눈떠 나만 보면 니 몸뚱이를 생각하라며 잔소리 일색이다. 집에서 붙박이 장처럼 구는 걸 보는 게 짜증이 난다며 같이 사는 것도 재고해보는 중이라고 잔소리가 늘어진다. 섭섭하다.


남편은 얼마 전에 이사 오기 전 단지 내 커뮤니티 골프 선생님을 이사 온 집 골프장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분이 반가운 표정으로 장인어른과 같이 이사 왔냐고 묻더란다. 회원이 한두 명이 아닐진대 아빠는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마다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 이름을 외우셨다며.


그렇다. 나는 집에서 쫓겨났다. 집에서 계속 늦게까지 자면 되겠냐는 열정적인 잔소리를 듣고 배겨낼 수가 없어서 치과 핑계를 대고 집을 나왔다. 애당초 예약을 한 적이 없는 나는 '어디라도' 갔다가 오후 두시쯤 귀가해야 할 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발가락 깁스 풀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