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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May 04. 2021

엄마 죽음에도 예방 백신이 있다면

#25. 그런 백신 있으면 내 자식 제일 먼저 맞춰 줘야지

이제 며칠 있으면 49제야
어머님 자꾸 뒤돌아보시면
가실 길 못 가셔
그만 울어

코로나 19 사회 필수인력 백신 접종 기간 이다. 경찰서에서 첫날 백신 접종 사전예약 문자 알림 오자마자 예약하고 어제 차병원에서 접종을 마치고 왔다.


우리 집에는 사회 필수인력으로 분류되는 식구가 세 명이나 된다. 간호사인 올케, 군인인 남동생, 그리고 경찰관인 나까지. 며칠 전 남동생 부부는 오전에 백신 접종하고 오후 늦게 오한이 왔댔는데 나도 다르지 않았다. 밤새 춥고 몸살 기운에 뒤척이다가 지금 시간 즈음 깨어났다. 어젯밤 열 시에 몸이 안 좋아 소파에서 잠든 걸 아빠가 방에 난방 틀고 옮겨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새벽에 남편이 타이레놀 먹이고 이불 겹겹이 덮어주고 했다. 덕분에 일고여덟 시간쯤 불쾌한 백신 징후를 겪었지만 아픈 건 얼추 가라앉는 것 같다.

 ** 아스트라제네카, 30세이상, 기저질환없음


새벽에 얕은 잠을 자는 동안 엄마를 만났다. 아니, 꿈을 꾸며 추억을 회상했달까. 얼마 전에 엄마랑 아빠가 인천 우리 집에 놀러 근처 모래내시장에서 같이 장을 봤을 때였다. 역시 인천이라 생선이 싱싱하고 싸다고 두 손 가득 검은 봉지를 들고, 특히 그날은 임연수어를 많이 샀던 기억이 난다. 걷다가 밖에서 아빠가 어묵 튀김이 먹고 싶다고 엄마 뒤에서 생투정을 했다. 굳이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 통에 딱 하나만 사서 아빠 혼자 먹었다. 엄만 아빠가 못 마땅했다.


"이거 봐, 아빠 다 흘리고 먹는 거. 생전 이런  한번 안 먹어 봐서. 애들처럼 어휴 " 핀잔을 줬다. 휴지를 들고 아빠 잠바 앞섶에 흘린 머스터드를 닦아주면서. 


그러면서도 우릴(남편과 나) 보면서는,

 "너네 아빠 일만 하느라 이런데 안 다녀봐서 그래."


정감 있는 말투로 생긋 웃으며 말했다. 코로나 시기에 길에서 뭐 먹는 게 못마땅하긴 한데 아빠가 어묵 튀김을 너무 맛있게 먹으니까 귀여웠나 보다.


"퇴직하니까 너네 엄마한테 학대받고 있어 허허."

아빠는 개구쟁이처럼 우리 모두를 마주 보고 웃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너무 옛날까지 돌려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서너 달 전 봄이 올락 말락 할 때 약간 쌀쌀한 날씨에 같이 임연수어 장을 보던 그때로 되돌리고 싶다. 소고기가 세일 중이라 두팩사서 하나 엄마 쥐어주니 됐다, 너네 먹어하던 엄마. 맨날 엄만 사서 몽땅 나눠주기만 하면서 자식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뭐가 그렇게까지 미안한지. 엄마가 그런 줄 알아서 나는 이것저것 뭐 생기면 엄마부터 가져다주고 싶었는데 내 맘도 몰라주고.


몸이 아프고 목이 말라 잠에서 깼는데 엄마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늘 물어보는 게 많았던 엄마.

잘 잤니? 오늘은 출근 안 하니?
밥 먹었니? 수제비 반죽 준거 같은데 가져갔니?
반찬 만들어줄까? 김치 남았니? 없으면 가져가.
어디 아프다며,  자고나니 좀 어떠니? 엄마가 갈까?

나는 너무 물음표가 많은 엄마가 귀찮을 때도 있을 만큼 익숙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으로 그 목소리며 말투가 선명한데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언제 저런 걸 관심 가져 준 적이 있었을까. 아니, 나라도 좀 더 많이 물어봐줄걸.

누가 나(엄마)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들

엄마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베풀기만 하고 떠난 사람.

그저 내가 부족한 사람 같아.
죄인이고 미안할 따름이야. 엄마.

만약에 상실의 아픔에도 백신이 있다면 좋았을 뻔했다.

이런 아픔은 누가 무슨 짓을 해도 덜 아플 수가 없다.

생 살을 갈라 수술을 받는데도 이보단 덜 아플 것 같다.
우리 엄만 노후에 살아있지도 않을 거면서 노후대비는 왜 열심히 해서 인생 팍팍하게 고생만 하고 죽었을까. 이렇게 마음 아프게 할 거면 그동안 잘해주지나 말지. 데없이 좋은 엄마까지 해줘서 내가 너무 힘들잖아. 약도 없고.


아침, 여덟시 십오분.

새벽다섯시께부터 터진 내 눈물은 마르지않는다.

남편은 새벽부터 울고 있는 나를 끌어안고 이제 49제도 다가오는데 내가 이렇게 울면 엄마가 자꾸 뒤돌아보느라 못간다고 울지말라 어르고 달랬다.

(출근해야되는데 잠깨우고 속썩여서 미안해, 남편)

엄마, OO랑 아빠랑 운동 갔어. 올라오기전에 얼굴 빨리말리고 이불 뒤집어쓰고 자는 척을 할까해. 슬픈 내 얼굴보고 그 두 사람도 슬퍼지면 안되잖아.
(그래도 자주자주 나한테 찾아와주면 좋을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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