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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dion Feb 26. 2020

거스를 수 없는 강물 같은 삶과 그 속에서 건져낸 은총

삶에서 구하는 태도


흐르는 강물처럼, 1992, 로버트 레드포드



미국의 문학교수이자 소설가인 노먼 맥클린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가족애와 삶에 대한 깨달음을 풀어낸다. 영화는 강물과 낚시를 준비하는 손을 비추며 노년의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곧이어 오래된 흑백사진이 그의 가족과 고향의 모습을 비추며 그의 유년 시절에 도착한다.



​엄격하고 원칙주의자였던 장로교 목사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그와 동생에게 엄한 태도를 고수하지만 문학과 낚시에 대한 열정을 형제에게 물려주어 함께 나눈다. 맏이인 주인공은 그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명문대에서 문학을 전공해 교수를 지망하는 청년으로 자라난다. 한편 분방한 성격의 동생은 고향을 벗어나지 않고 근처 대학을 나와 지방신문사 기자로 취직한다. 두 사람은 상반된 기질을 지녔지만 서로에 대한 우애와 낚시에 대한 열정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영화를 관통하는 장면은 변함없이 흐르는 강과 그곳에서의 플라잉 피싱 장면이다. 낚시에 리듬이 중요하다며 메트로놈을 켜놓고 박자에 맞춰 낚싯대를 흔들게 하며 가르치던 초반 장면에 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곧 반짝이는 수면 위에서 유려하게 흔들리는 낚싯대와 낚싯줄이 만드는 선을 보며 꽤 아름다운 장면이 될 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플라잉 피싱은 동생 폴의 마지막 낚시 장면에 이르면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일컫어진다. 이런 낚시와 강은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목사인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르면 플라잉 피싱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여럿이 어부라는 대서 볼 수 있듯이 종교적인 것이며 지켜야 할 리듬이 있는 예술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강은 어떤 의미일까? 강이란 주인공 노면에게 고향을 상징하는 자연이다. 또한 마지막 내레이션에 이르면 알 수 있듯 삶 그 자체다. 위험한 가파른 계곡을 보트를 타고 내려오는 형제의 모험은 형과 달리 규칙을 어겼음에도 자랑스러워하는 동생 폴의 무모한 모험심뿐 아니라 인생이 늘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은유하는 듯하다. 강은 연인의 배웅으로 집에 향하는 길에도 흐르며 동생의 죽음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도 따라 흐른다. 사랑에도 슬픔에도 피해 가는 일 없이 흘러가는 삶의 불가피성을 보여주듯이.



또한 강은 낚시를 통해 물고기, 즉 축복 그리고 낚시의 과정을 통해 아름다움을 얻는 원천이기도 하다. 낚시는 삶에 대한 세 부자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것을 종교와 예술로 해석한 아버지는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은총은 그 두 가지라고 여기면서 그 과정에 엄격한 규칙, 4분의 2박자를 고수했다. 이와 달리 계곡에 뛰어들었듯이 규칙을 어겨가며 삶의 위험 속에 띄어들던 폴은 낚시에서고 아버지의 가르침을 벗어나 자신만의 리듬, 태도를 보여준다. 주인공인 노먼은 동생과 달리 아버지의 규칙을 지키며 강의 한가운데보다 가장자리에서 낚시하기를 선호하며 신중하고 원칙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낚시에 대한 태도는 가족이 아닌 외부인인 여자 친구의 오빠의 의 태도 역시 대조적이다. 낚시 약속에 술에 취해 여자를 대리고 나타나 낚시는 뒷전이고 유명인을 본 것을 자랑하려 서핑 얘기를 꺼내고 허풍을 떨려고 사냥 얘기를 하는 모습은 주인공 형제의 삶과 자연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도드라지게 한다.



이처럼 강과 낚시는 노먼과 가족의 삶과 삶에 대한 태도, 삶에서 구하는 바를 나타낸다. 이에 대한 깨달음은 아버지가 엄격히 가르친 글쓰기, 예술을 통해 삶의 본성에 대한 깨달음이 된다. 흐르는 강물처럼 삶이란 거스를 수 없지만 흐르는 것으로서 순응할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런 흐름 속에서 설령 이해할 수없더라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노라는 것을.    




삶에서 구하는 바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통해 그를 얻고자 하고 있는가? 이런 의문을 가져보지 않고 살아간다면 삶의 은총을 온전히 누리기 불가능해 질지도 모른다.그렇다면 많은 말들로 추상적인 언어들에  매몰되지 말고 삶을 관통하는 단 한 가지  구체적 키워드를 찾아보자. 그것이 낚시이든 글쓰기든 바느질이든 간에. 그것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태도를 다잡을 기회를 가져보자. 노먼 낚시와 글쓰기를 통해 그가 받아온 교육과 살아온 양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듯 스스로의 삶도 이해할 수 있다면 의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다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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