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텃밭에 발을 들여놓은 양배추.
봄에는 미니양배추를 심었고, 가을에는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양배추를 심었다. 텃밭에서 길러 먹는 건 뭐든 맛있으니까 봄과 가을 양배추 중 어느 것이 더 맛있다고 하기보다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9월 초순에 청양배추 4개와 적양배추 2개의 모종을 심고, 15일 간격으로 3~4회 정도의 웃거름과 물을 듬뿍 주기만 해도 잘 자랐다. 여름 같았던 9, 10월에는 폭염과 벌레들의 공격으로 방제도 했다. 봄 양배추를 키울 때는 벌레가 많이 없었는데 기후변화로 올해 가을에는 벌레들이 극성이었다. 쌀쌀해진 11월 말, 예쁘게 잎을 말아 결구가 되었다.
9월에 심었던 모종 4개 중 구의 사이즈가 제일 큰 것 하나를 살짝 눌러보았다. 약간의 탄력감도 없고 단단함만이 느껴지는 것이 속도 제법 차 있을 것 같다. 나머지는 단단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사이즈가 작아 며칠 더 두기로 했다. 제일 큰 사이즈 하나만 먼저 수확했다. 배추를 수확하듯이 구를 살짝 기울여 겉잎 몇 장은 버린다 생각하고 칼로 밑동을 싹둑~. 남은 겉잎도 떼어내면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담던 양배추의 모양새를 내 손에 쥘 수 있다. 납작하지만 단단한 모양새가 먹음직스럽다. 얼마나 달큰할 지 기대가 크다.
집으로 가져와 만두를 굽고 야채비빔만두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참치를 넣어 양배추 덮밥을 만들기도 했다. 쌀쌀한 날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시지를 넣어 양배추전도 부쳐 먹었다. 생으로 먹어도 아삭아삭 달큰하고, 기름에 볶거나 열이 가해지니 더 단맛이 올라왔다. 이 녀석, 맛이 대박이다.
봄에 심었던 미니양배추 꼬꼬마도 달큰하니 맛있어서 가을 양배추 모종도 동일한 것으로 사려고 했다. 타이밍이 늦었는지 온라인 모종가게에선 품절이라 어쩔 수 없이 구입했던 것이 청양배추 "대박나"였다. 처음엔 이름이 특이해서 피식거리며 결제 버튼을 눌렀지만, 수확해서 먹어보니 왜 "대박나"인지 알 것 같다.
"대박나"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포스로 짐작해 보건데, 이 녀석을 심어 대박 났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리라. 대박 풍년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먹어 보니 적당히 아삭한 식감에 달큰한 맛이 일품이라 "와~ 대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물론 텃밭에서 정성 들여 키운 나의 수고로움이라는 색안경도 더해지긴 했지만, 입안에서 느껴지는 양배추 특유의 달큰한 맛이 좋았다. 이름대로 대박나는 맛의 양배추를 먹고 나니, 대박나의 기운을 이어받아 괜스레 내년의 나도 대박나길 기대하게 된다.
내년엔 대박나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