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뭐야? 진짜 가지고 왔네?"
짓이 가게 지붕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베야의 원래 계획은 짓의 호롱을 빌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람바 할아버지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해도 할아버지의 호롱을 훔치는 것보다 짓의 것을 잠시 빌리는 편이 덜 복잡하다 생각했다. 문제는 짓의 호롱이었다. 짓은 그것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더는 빛이 나지 않는다 말했다. 그건 베야도 모르는 일이었다. 람바 할아버지 가게의 모든 램프는 깨지기 전까지는 빛을 냈다. 하지만 이 호롱만은 예외였다. 아니면 짓이 또 한 번,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호롱을 확인해보자 할 수도 없었고, 거짓말이라 밀어붙인데도 이득될 것은 없었다. 베야의 목표는 꿈 속의 그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짓은 베야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는 자신이 먼저 거래를 제안했다. 거래의 조건으로 짓이 얻는 것은 새로운 호롱이었고, 베야가 얻는 것은 '닫힌 문'으로의 길 안내였다. 물론 베야가 발자국을 확인한 길을 따라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랜드 바자르 속 '닫힌 문'의 위치는 항상 변한다. 그렇기에 문을 찾는 것에는 짓과 같은 전문가가 필요했다. 이 역시 짓의 주장이었으므로 거짓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닫힌 문'을 마주한 이가 필요했다. 거래란 언제나 그정도 조건은 눈 감고 넘어가 주어야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출발할까?"
짓이 앞장섰다. 베야는 뒤를 따라 걸었다. 호롱의 푸른 불이 일렁였다.
"넌 이게 첫 번째 선택이지?"
짓이 물었다. 이상한 질문이었다. 선택하지 않으면 하루는 이어지지도 끝나지도 않았다.
"선택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
베야는 벌써 축축해진 손을 바지에 닦으며 되물었다.
"똥을 쌀지 말지, 밥은 뭘 먹을지... 이런 선택을 말하는 게 아니야."
짓은 보지 않았도 뻔할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무슨 선택?"
"이곳인지, 이곳 너머인지를 선택해 본 적 있냔 말이야."
베야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짓은 갑자기 뒤를 돌아 호롱을 베야의 눈 앞에 가져갔다.
"베야.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뭐?"
"놀라지 마. 공짜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