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인이 내 참치글을 보고, 몇 가지를 물어본 후 직접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참치회를 차려먹는 것을 보았다. 처음 한 것 치고는 상당히 잘했지만 참치 쇼핑몰의 매뉴얼이 너무 두리뭉실해서 처음 시작해보는 사람에게는 무척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제대로 된 매뉴얼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주문부터 손질, 해동, 숙성, 회뜨기까지 논스톱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매뉴얼을 써보기로 했다.
스크롤 압박이 좀 있겠지만, 이 글 하나면 누구나 참치회를 집에서 차려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넷에서 참치회를 파는 쇼핑몰은 꽤 있다. 참치회 쇼핑몰 비교 분석 글에서 본인이 원하는 쇼핑몰을 찾아보도록 하자.
쇼핑몰을 보면 생소한 부위 설명에 무엇을 시켜야할 지 감이 오지 않는다. 처음 시작이라면 눈다랑어 뱃살(복육)과 눈다랑어 속살을 권한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평이한 가격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합이다.
참치 부위 용어가 쇼핑몰마다 조금씩 달라서 초보자들은 헷갈리기 쉽다.
간단히만 정리하고 가자.
뱃살은 앞뱃살, 중뱃살, 뒷뱃살로 나뉜다. 앞쪽일수록 더 비싸고 맛있지만 손질이 까다롭다. 중뱃살이 무난하다. 뱃살이라고 하지 않고, 복육이라고 표현하거나 뱃살(복육)이라고 쓰여진 걸 볼 수 있다. 이건 그냥 부위를 어떤 형태로 가공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신경쓰지 말자. 눈다랑어 뱃살은 보통 눈다랑어 복육 이라고 표현한다. 속살은 속살, 아카미, 적신이라고 부른다. 세가지 모두 같은 말이다.
양은 얼마나 시켜야 할까? 보통 1인당 200g이라고 한다. 근데 우리가 언제 삼겹살집에 정량대로 먹은 적이 있던가? 당연히 200g보다 더 먹게 된다. 거기다가 손질하는 과정에서 버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1인당 300g정도 잡는게 적당하다. 참치를 밥처럼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면 400g도 추천한다. (부끄럽지만 난 500g을 혼자 먹는다;)
보통 오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택배로 받을 수 있다.
더운 날씨에 혹시 녹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드라이 아이스를 꽉 채워 보내기 때문에 다음날 밤 늦게 받더라도 꽝꽝 얼어 있는 참치를 받게 된다. 받자마자 바로 먹을게 아니라면 냉동실에 보관하도록 하자. 약 7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7일이 넘으면 가급적 구이로 먹는게 좋다.
해동은 얼어 있는 참치를 소금물에 약간 녹이는 것이고, 숙성은 약간 녹은 참치를 냉장실에서 일정 시간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해동 방법은 사실 여러가지가 있다. 그냥 실온 상태에 두어서 천천히 녹이는 실온해동법이 있고, 소금물에 담그어두는 염수해동법이 있다. 염수해동을 추천한다.
굵은 소금 한주먹 정도에 찬물을 부어 잘 녹여주면 된다. 일부 잘 녹으라고 따뜻한거나 미지근한 물을 넣는 사람이 있는데 영하 50도로 얼어있는 참치에게는 거의 화상 수준이다. 찬물을 사용하도록 하자.
소금을 얼만큼 넣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그냥 많이 넣자. 해변에서 수영하다가 바닷물을 먹어본 적 있는가? 엄청 짜다. 딱 그만큼이면 된다.
해동 시간은 너무 길게 하지 말자. 쇼핑몰에 보면 5분~15분 정도를 추천하는데 5분 정도를 추천하고 싶다.
참치회 쇼핑몰 어디나 해동지라는 것을 판다. 해동지가 없는 경우 키친타올로 대체할 수 있긴 하지만 권장하진 않는다.
해동지는 질기기 때문에 사진처럼 참치에 붙더라도 떼어낼 수 있지만, 키친타올은 잘 떨어지지 않아서 불편하다. 또한 해동지를 쓰는 주 목적은 수분을 빨아들이는 것인데 키친타올은 흡수력이 좀 떨어진다.
소금물에 5분 정도 담그었던 참치를 꺼내 물기를 잘 제거해 준다.(이때는 키친타올을 써도 된다.) 물기가 제거된 참치를 해동지로 잘 감싸준다. 흔히 하는 실수가 물기 제거를 대충한 상태로 해동지로 감싼다는 것이다. 꼭 물기를 잘 제거해 주자.
이 상태의 참치를 냉장실에서 가장 온도 변화가 적은 곳에 넣어둔다. 김치냉장고가 있다면 더 좋다. 냉장고에 넣어두는 숙성 시간은 최소 2시간이다. 보통은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30분 정도 후에 꺼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왕 먹는거 제대로 먹도록 하자. 무조건 최소 2시간 이상이다. 권장 시간은 4시간 정도이다. 숙성을 오래 한다고 해서 참치살이 금방 흐물해지거나 하지 않는다. 2시간 숙성하나 6시간 숙성하나 녹는 정도는 별 차이가 없다. 숙성을 오래 하면 수분이 적당히 빠지면서 비린내가 사라진다.
숙성 과정에서 중간에 해동지를 한번 새걸로 교체해 주는게 좋다.
손질 방법은 부위마다 모두 다르다. 이 글에서는 눈다랑어 뱃살(복육)과 눈다랑어 속살(적신, 아카미)를 추천했는데 속살은 손질할 필요 없이 바로 썰어내면 되므로, 눈다랑어 뱃살 손질법을 소개하겠다. 중뱃살 기준이며, 앞뱃살과 뒷뱃살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유사하므로 마스터 하면 다른 건 더 쉽다.
해동지를 벗겨낸 눈다랑어 뱃살이다. 어디를 손질해야 할지 한번 보자.
이 곳은 피막이다. 내장을 감싸고 있던 부위인데 질기기 때문에 먹을 수 없다. 제거해줘야 한다.
손가락이 가르키는 부분은 뼈다. 뼈도 당연히 못 먹으므로 발라내야 한다.
앞 쪽에 빨갛게 보이는 부분은 흔히 배꼽살이라고 불린다. 저 부위는 먹을 수 있지만 잘라내는게 좋다. 일부 참치집에서는 예뻐 보인다는 이유로 잘라내지 않지만, 질겅거리는 식감이 별로 좋지는 않다.
껍질 부분이다. 눈다랑어 복육은 사진처럼 껍질이 제거된 채로 판매되므로 따로 손질할 부분은 없다. 등살이나 일반 뱃살은 껍질이 있으므로 껍질을 제거해 줘야 한다.
우선 적당히 반으로 자른다.
피막은 잘 드는 칼로 벗겨낸다. 하얗게 뭉친 부분은 꼬득한 맛이 있는데, 조금은 남겨두도록 하자. 먹을 때 식감이 좋다. 끄트머리 부분은 떼어내자. 이 부분은 잘게 썰어서 기름 소금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이 부분은 뼈와 피막을 같이 제거해 보자. 손질할 때 버려지는 부위를 너무 아까워 하면 안된다. 우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잘하게 뼈를 발라내는건 어렵다. 그냥 뚝 잘라버리자.
손질이 모두 끝났다. 사진처럼 두개의 덩어리와 꼬들한 배꼽 부위가 나왔다. 손질해 낸 나머지는 버리도록 하자.
회를 썰기 전에 우선 접시와 부재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집에서 회를 먹기 위한 준비 글을 참고하여 미리 준비해 두자.
보다시피 회썰기는 크게 어려울게 없다. 무 자르듯이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면 된다. 가능하면 한번에 잘라내는 것이 좋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준비한 회를 한번에 모두 썰지 않아야 한다. 실온에 참치회를 오래두면 수분이 서서히 빠져나와 참치가 흐물흐물하게 된다.(냉동 참치라서 더 그렇다) 맛있게 먹으려면 20분 내에 먹을 수 있을 정도만 썰고, 나머지 덩어리는 해동지로 감싸 다시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한 상을 차려보았다. 간장과 생와사비는 대부분의 참치쇼핑몰에서 판매하므로 같이 구입해 두도록 하자. 비싼 참치를 먹으면서 슈퍼에서 파는 싸구려 와사비는 금물!
김 싸먹는 걸 좋아한다면, 참기름+소금과 김을 따로 준비해도 된다.
가볍게 차려 먹으려는데 무채 같은걸 준비하기가 어렵다면, 집에 흔히 있는 김말이를 접시 위에 올려서 차리면 그럴 듯 하다.
이 참치는 숙성을 6시간 거쳤다. 너무 얼어있지도 않고, 적당한 윤기를 보이는 이 정도 상태일 때가 가장 맛있다.
참치쇼핑몰에서 3~4만원 정도면 두명이 좋은 부위를 충분히 먹을 양이다. 비싼 참치집에서 실장님 눈치 보면서 좋은 부위 좀 주세요.. 이러지 말고, 조금만 공부해서 좋은 참치를 집에서 꼭 먹어보시길..^^
꼭 기억해야 할 것
1. 숙성은 최소한 2시간 이상을 하자. 급하다고 해동 시키자마자 먹으면 정말 맛없는 참치를 먹게 될 것이다.
2. 한꺼번에 다 썰어서 접시에 잔뜩 쌓아놓고 먹지 말자. 귀찮더라도 조금씩 썰어서 먹자.
3. 손질할 때 아까워하지 말자. 못 먹을 것 같은 부위는 과감하게 잘라내서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