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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Aug 22. 2018

여덟 번째/ 내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체력과 근육 사이

“여가 시간에 뭐 하세요?”

“책을 읽거나 운동해요. 사람들 좀 만나구요.”

“그렇구나. 운동은 뭐 하세요?”

“요즘에는 ㅇㅇ 다녀요.”

라고 이어지는 대화에서 결국 이어지는 질문 중  하나는 “그 운동 다니는데 얼마 들어요?” 그리고 내 대답을 들으면 “그렇게 비싼 돈 주고 들어요?” 또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보곤 한다. 또는 “가고 나면 많이 좋아요?”하면서 운동 정보를 자세하게 묻는 사람들도 있다.


혼자 살면서부터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건강” 이다. 어른들이 몸에 좋다면 뭐든 드신다는 말씀이 뭔지 이해된다. 삶을 스스로 이어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몸아프면 나만 손해란 말이 절절하게 와닿는 순간들이 많다. 그래서 내 건강을 살수 있다면 이정도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눈 딱 감고 해봐야지 싶은 마음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나마 도시라서 해볼 수 있는 운동 스펙트럼이 꽤 되고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시간을 낼 여가시간이 확보되어 있다. 돈은... 내 다른 기회비용을 희생하고 있긴 하지만.


참고로 나는 운동을 매우매우 싫어한다. 운동을 준비하는 것, 하면서도, 하고 나서도 싫다. 끈적끈적한 땀도 싫고, 숨이 차는 기분도, 하고나면 쏟아지는 근육통도 모두 버겁다. 운동을 안 해도 건강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건강 체질도 아니고 안 하면 병나는 나에게 다른 선택지란 없다. 아등바등 시간 내서 운동을 해도 상태 유지정도가 최선일지라도 그리도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지 않는 게 어딘가 하면서. 운동을 한지 몇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흥미는 늘지 않는다. 다행인 건 그래도 꾸준히 도전할 용기가 있다는 것.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체력이 떨어져서 취준할 기력도 없어서였다. 몸은 여기저기 쑤시고 알레르기를 달고 살았고 조금만 무리해도 몸살이 났다. 문화센터에서 하는 요가를 다녔고 날이 좋으면 러닝을 했다. 체력은 쉽게 늘지 않았고 근육통 때문에 더 힘든 것만 같았다. 목표가 있으면 더 잘할 것 같아서 마라톤도 해봤는데 별로였다. 하고 나서 나의 감상은 ‘인간이 땀을 엄청 많이 흘리면 몸이 염전이 되는구나.’ 정도였다. 땀을 굉장히 많이 흘리고 그 상태로 마르니 몸에서 소금이 생겨나더라.


취업을 하고나서 적응기에 운동할 생각조차 못 하다가 문득 운동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당시 저녁 8,9시에 퇴근하면 불을 켜 놓은 채 출근복 그대로 기절하기 일쑤였다. 그대로 새벽에 눈을 떠서 샤워를 하니까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이렇게 살려고 사는게 아니었다. 그래서 마침 새로 생긴 학원이 있어서 바로 등록했다. 취업하고 첫 운동은 크로스핏이었다.


크로스핏 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두 가지다. 하나는 “그게 무슨 운동이에요?” 또 하나는 “그거 하면 토한다던데 진짜예요?”


첫 번째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자면, 크로스핏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움직이는 운동이다. 보통 그날 운동할 것을 보드에 적어놓는데 박스에 따라(박스는 크로스핏 공식 지점을 뜻하는 말) 3,4가지 단계를 둔다. 보통 한 클래스에 50분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본운동은 15-20분 정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준비/정리운동, 동작을 정확하게 배우는 시간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답하자면 맞는 말이다. 아무래도 15-20분 안에 최대한을 끌어내다보니 무리하면 구역질 난다. 버피, 박스 점프, 달리기 같은 숨이 차는 동작도 많고 경쟁심을 유도하다 보니 잘 하려다 보면 무리하게 된다. 대신 자기에 맞게 잘 하다 보면 체력이 크게 늘게 된다.


나는 이 운동을 2년 했다. 처음엔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지쳤고 힘들었는데 안 다니면 돈이 아까워서 아등바등 다녔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체력이 늘고 내가 내 몸무게 이상을 들거나 좋은 성과를 낼 때 드는 성취감이 좋았다. 하지만 딱 2년 다니고 그만뒀다. 무슨 일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운동이 싫은데 오래 다니다보니 점점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도 내가 다닌 운동 중에선 제일 오래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잘못됐는지 나의 운동 방황기가 시작됐다. 그 다음 운동은 필라테스였다. 숨차고 격한 운동은 그만 하고싶어서 필라테스를 했는데 버티면서 나와의 싸움을 하는 것도 내 성미엔 안 맞았다. 크로스핏 할땐 신나는 음악이라도 틀어줬는데 필라테스는 너무 조용한 싸움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유연성이라도 좋아서 동작을 할때 무리는 없었던 정도였다.


다시 근육 만들고 체력 기르는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크로스핏을 다시 하긴 싫어서 선택한 운동은 헬스였다. 크로스핏 하면서 기본적인 동작은 익혔고 필라테스보단 동적이고 크로스핏보단 정적이지 않을까 해서 도전했다. 그런데 세상 이런 노잼이 따로 없었다. 게다가 나는 요청한 적도 없는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가르쳐 주는 것도 사람마다 달라서 오히려 방해만 됐다.


그럼 예쁜 옷을 입고 하면 조금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시작한 게 발레였다. 레오타드와 스타킹을 입고 발레슈즈를 신고 수업을 하는 날은 늘 설렜다. 발레의 동작들도 우아했고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도 좋았다. 하지만 다른 난관이 기다렸다. 나는 박치였다. 박자를 들으며 몸을 움직이고 팔다리를 따로 움직여야 하는 동작은 매번 자괴감이 들었다. 동작이 이어지는 순간은 좋았지만 다니는 내내 나에게 시선집중되는 순간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다 다시 헬스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큰 곳을 다니자 싶어서 사람 많은 헬스장에 등록했다. 아무도 나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사람이 많은 만큼 내게 달라붙는 시선들이 싫었다. 소규모의 운동을 다니면 매번 같은 사람들을 보다보니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는 편이었는데 불특정 다수가 되니 내 몸을 훑어보는 시선이 적나라했다. 이전에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니던 붙는 운동복도 신경쓰였다. 내가 운동복을 딱 붙게 입는 건 내 자세를 보고 운동에 걸리적거리지 않게 하려는 것 뿐이다. 너 보라고 하는 거 아니고.




그래서 요즘에는 다 싫다 싶어서 홈트레이닝을 하는 중이다. 원래는 운동을 갈 시간이 맞지 않거나 운동을 그만두고 다른 운동을 할때 하던 건데 지금이 딱 후자의 타이밍이다. 유튜브 운동 프로그램도 있고 운동 어플도 요즘엔 많은데 내가 이용하는 건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이다.


운동 플랜을 짜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여러 어플 중 이걸 선택한 건 나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 줘서 내가 운동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괜찮고 플랜 편집 기능이 있어서 내 일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운동의 유의점에 대해 설명해주고 참고 영상을 무한반복으로 보여주는 점이 장점이다. 러닝 앱과 연동해 두면 러닝 프로그램과 함께 연동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운동하면 운동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운동 프로그램 끝날 때 발전 정도를 체크할수 있는 체력 테스트가 함께 있어서 내 향상 정도를 비교할 수 있다.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영역이 많다. 기회가 된다면 암벽등반을 해보고 싶고 생존수영을 배우고 싶다. 배드민턴이나 스쿼시도 공에 대한 공포만 조금 줄인다면 해보고싶긴 하다. 등산은 교통도 문제지만 혼자 하기에는 아직 산이 무섭다. 운동마다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비슷하지만 쓰는 근육이나 요구하는 능력이 달라서, 필요한 복장이나 도구들이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은 도시에서 접근성의 문제 때문에 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래도 계속 이것 저것 하다보면 그중엔 내 흥미를 끌거나 1,2년 지속적으로 할수 있는게 생기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오늘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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