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상수 Jan 05. 2024

아주 오래된 낡은 벽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숱한 벌레들이 드나들고

검은곰팡이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도

흉물스런 벽은 여전히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언젠가 한때

짤막한 추억처럼

단단한 장벽에 금이 가고

오래 묵은 이끼들이

잠시 벗겨지더니

어느새 다시 돋아난

붉은 독버섯들이

활개를 치며 퍼져 나간다


아득히 먼 짐승의 시대

칼날의 회오리로 생겨난

거대한 검은 울타리가

푸른 강물을 가로막고

가녀린 치어들이

끝없는 벼랑에 몰려

가쁜 숨을 헐떡이며

아우성치던 오래된 기억이

아직도 파편처럼

우리 가슴을 후비는데

노을이 지고 해가 저물어

캄캄한 장벽이 대지를 삼키면

게걸스런 살쾡이들이

때를 만난 듯 몰려다닌다


그러나 이제 곧

붉은 태양이 솟아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듯

답답하고 그늘진 장벽에도

밝은 햇살이 스며들어

하나 둘 균열이 생기고

기생하던 독버섯들이 

흔적 없이 사라지면

머지않아 벽은 허물어지리라


선량한 시민들에게 패악질을 일삼는 적폐들의 썩은 뿌리는 너무 단단하다.

오랜 세월 동안 군림해 오던 부패한 패거리들의 마지막 발악인 양 호들갑스럽다. 

44년 전에 빼앗겼던 우리의 봄을 되찾을 날이 곧 다가오리라. 

금요일 연재
이전 02화 악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