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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수 Jun 23. 2021

들꽃

#습작시 연재 2

들꽃


나는 한 송이 들꽃

이름 모를 들과 산에

그저 피어나는 들꽃

향기도 몸짓도 없이

푸른 하늘 벗 삼아

흙과 같이 살고 싶네

내가 너의 무엇이 되고

네가 나의 의미가 되면

들꽃은 사라지고

소쩍새 붉은 울음

진달래꽃 피어난다


두견화 피고 지면

내 다시 들꽃이 되어

너를 위해 소리 없는

향기를 피우리라


[Nov 1993]


존재와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본 시로 나 자신의 존재 의의가 노자의 무위자연 속에서 동화되어 가는 삶을 지향하는 가운데 사사로운 인연으로 인한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꽃에 대한 의미 부여로 이름을 불러 준 시인도 있지만 대자연의 큰 테두리 안에 묻혀 사는 무의미의 존재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인한 번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자아를 들꽃에 빗대어 자연과의 합일에 이르는 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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