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가장 쉬운 길

그런데 왜 아프고 힘이 들까

by 새하루

사랑한다는 건 무엇일까


아기를 낳고

한 아이의 부모로,

어떤 공동체의 일원으로 삶을 살며

'사랑'에 대해 다시 곱씹게 된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믿음, 소망, 사랑 그중 제일은 사랑이라

라는 문구들을

인이 박히도록 들었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사랑은 어떤 모습이었나


어린 시절 받았던

무한한 엄마, 아빠의 사랑

가족들과 공동체의 사랑

작디작은 어린아이에게

지나가는 모르는 어른들도

마다하지 않고 듬뿍 주었던 사랑의 언어와

그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사랑은 따뜻함과 같았다.

모든 걸 녹였다.

친구와 놀다 토라지는 것도 잠시

금세 다시 하하호호 웃을 수 있던 것처럼

속상함을 금방 잊게 해주는 것이 결국엔

사랑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러니 그때는 사랑이 참 쉬웠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것,

당연히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금방 회복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을 주고 다가가며 안아줄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새 사랑은

어쩌면 말 뿐일지도 모르는 껍데기로 느껴지곤 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앞에서는 사랑한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한 모습들을 보며

또는 사랑의 이름으로 잘못 합리화된 마음들에

여기저기 다치고 나니 혐오감이 들었다.

나 또한 습관적으로 내뱉는 사랑한다는 말에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느꼈으리라.


그래서 점점 누군가를 너른 마음으로

거뜬히 안아주기보다는

속으로 저울질을 하며 각을 재고

따뜻한 언어들을 쉽게 내보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날 허투루 보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상처받지 않고

같은 크기의 사랑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에만

몰두하며 급급하지 않았나.


사랑이 어려웠다.

사랑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그토록 쉬웠던 사랑이

왜 어른이 될수록 어렵고 아픈 길이 되었을까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우린 여전히

어릴 때처럼 그저 주어지는 사랑만

쉬운 사랑만 갈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00을 받고도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사랑

깊이가 얕은 사랑만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 마음을 누구든지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나의 모든 행동이,

때로는 잘못된 것들마저도 쉽게 이해받기 원하며

늘 누군가가 대변해주고 감싸주기만을 바라는 태도

어떠한 마음의 찢김도 허락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것을 따라주지 않으면

좋은 관계들을 스스로 깨어버리고 탓하는

미성숙한 마음들이 아직 어른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호되게 혼을 내어 속상한 와중에도

엄마에게 안기고 싶고

엄마와 뭐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나의 어린 딸만 보아도

아이들은 사랑 앞에 상처받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결코 수동적인 사랑이 아니다.


순간적인 화에 씩씩거리는 엄마를

거뜬히 안아주니까.

엄마가 북받친 감정에 아이를 잠시 떼어놓으려

애써도 어떻게든 끌어안으려 하니까.

아이들이 오히려 도망치지 않는

성숙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반면에 어른인 나는

날이 선 눈빛만 보아도, 감정에 소리치는 말들이

날아와 꽂히는 그 아픔이 두려워

적극 사랑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아픈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안아주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이 품은 가시에 찔릴 것을 미리 걱정해

피하기 바쁘다.


물론 간혹 피하는 지혜가 나의 마음을 위해서

필요할 때가 있지만

어른이 되면 될수록 방어적인 사랑이

똑똑한 거라며 합리화하고

그것이 이제는 초기 값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도

폭 안기고 예쁜 미소를 보여주고

사랑한다는 표시로 양팔을 위로 올려

크게 하트 모양을 만들어주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어린아이와 같은 쉬운 사랑을 해야지.

누군가에게는 가벼이 보일지 몰라도

어쩌면 그것이 제일 깊은 사랑의 모양일지도

성숙한 사랑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나도 여전히 미숙하고 연약한 사람이라

모두를, 또 모든 시간을 품어내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완벽한 사랑의 모습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랑을 하는 것.

그저 사랑을 믿는 것.

내 생각에 어렵고 아프다고 지레 겁먹지 말고

어쩌면 가볍게 쉬운 사랑을 하는 것.



그것이 요즘 나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나에게도 필요한

사랑의 태도인 것 같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