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 칩 히스, 댄 히스
정보 과잉의 시대다. 매일 아니 매시간, 매 초마다 수백만 가지의 정보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생성되고 있다. 각각의 정보가 나름의 목적이 다 있겠지만 그 본질은 타인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 영향을 끼치는 것, 그리고 실제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리뷰나 광고글은 사람들을 설득하여 구매를 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고, 신문 기사는 정보전달과 동시에 사람의 생각, 관점을 형성시키기 위함이다. 에세이나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함이고, 칼럼이나 논문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함과 동시에 설득, 학습을 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수십, 수백만 가지의 메시지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사람들을 거쳐간다. 그런데 어떠한 메시지는 금방 잊히고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반면, 어떠한 메시지는 잠깐만 스쳐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경우가 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스틱(stick!)되는 메시지. 신문기자, 전문 카피라이터, 광고기획자가의 오래된 숙명이 바로 이것이다.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 것!
칩 히스, 댄 히스 형제가 쓴 책 <스틱>은 바로 이런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어떻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착 달라붙는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6가지 원리를 소개한다.
1. 단순성 (Simplicity)
2. 의외성 (Unexpectedness)
3. 구체성 (Concreteness)
4. 신뢰성 (Credibility)
5. 감성 (Emotion)
6. 스토리 (Story)
이 6가지 원리 앞글자를 따서 SUCCEs라 부른다. 하나씩 살펴보자.
사람들의 머릿속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의 첫 번째 기본은 바로 '단순함'이다. 길고 복잡한 것보다 짧고 단순한 메시지가 기억하기 쉽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단순하다는 것이 메시지를 그냥 요약하는 것과는 다르다.
단순해져라! 단순해지라는 건 ‘정보의 수준을 낮추라’ 거나 ‘간단한 요약문을 만들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순하다는 것은 쉬운 말만 골라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단순’의 정확한 개념은 메시지의 ‘핵심’을 찾으라는 의미다.
요약이 아니라 메시지의 핵심을 찾으라는 것이다. 우선은 불필요한 것을 버리자. 남은 것 중에서 덜 중요한 것도 모두 제거하자. 메시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 즉 핵심만 남겨야 한다. 이는 초기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이기도 했다. 꼭 없어도 되는 것은 모두 제거하라는 스티브 잡스의 철학과도 같다.
그런데 메시지가 단순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그 안에 핵심과 본질이 담겨 있어야 하고 다양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야 한다. 진짜로 힘이 강한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심오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바로 속담이나 사자성어처럼 말이다. 어떻게 하면 단순하지만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을까?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심오한 내용을 지닌 간결한 메시지다. 그러므로 심오한 메시지를 간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짧은 메시지 안에 다양한 의미를 압축하여 채워 넣어야 한다. 어떻게? 깃발을 사용하라. 청중이 이미 가지고 있는 기억을 두드려 깨워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비유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청중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좋은 비유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청중이 이해하기도 쉽다. 뛰어난 교사들이 수업에서 여러 가지 도식을 사용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것과 같다.
메시지를 단순하게 만들고 함축적인 의미까지 포함시키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바로 ‘패턴을 파괴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일관된 패턴에 기가 막힐 정도로 재빨리 적응하는 생물이다.
놀라움은 사람들의 주의를 상기시킨다. 사람들이 허를 찔렸을 때, 예상치 못하는 충격을 받았을 때, 상식이 파괴될 때, 당신의 메시지는 그들 머리에 각인된다. 사람의 뇌는 항상 최적화를 수행한다. 어떤 일을 처음 배울 때는 여러모로 에너지도 많이 들고 어렵지만 그것이 습관화되고 나면 실제 뇌는 더 적은 영역만 사용하여 같은 일을 수행한다. 습관이 무서운 이유이기도 하다. 뇌에 패턴이 형성된 것이다.
패턴을 파괴해야 한다. 새로운 정보를 각인시키는 좋은 방법은 기존의 패턴을 깨뜨리고 새로운 패턴을 입력하는 것이다. 의외성으로 사람들의 상식을 파괴시키면 그 자리에 당신의 메시지가 찰싹 달라붙는다.
사람들에게 우리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설득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은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우리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숨은 비결은 그들이 알지 못하는 특정 지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들의 지식에 공백이 존재함을 알려주는 질문이나 수수께끼를 던져라. 누군가가 그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는 암시를 던져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살짝 건드리고 한발 더 깊게 들어가게 되면 사람들은 호기심을 느낀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를 지식의 공백이라 말한다. 호기심, 궁금함이 생겼다가 아하! 하는 순간. 메시지는 스티커처럼 달라붙는다.
해리포터가 그토록 사랑받은 이유, 셜록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증을 끝없이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도대체 결말이 뭐야? 왜 그런 거야? 해답을 알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는 정말 강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초보자는 구체적 세부 사항을 구체적인 세부 사항으로 받아들인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세부 사항을 패턴의 상징과 다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력으로 인식한다. 보다 높은 통찰력을 구사할 수 있기에 자연적으로 그들은 보다 높은 차원에서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
지식의 저주가 생기는 과정이다. 사람은 어떤 것을 알고 난 후에는 그것을 모르던 때로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전문가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가 바로 '지식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망치는 가장 큰 주범이기도 하다.
음악 맞추기 놀이를 아는가? 한 명은 모두가 알만한 노래를 생각하며 테이블을 두드리고 다른 사람은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어떤 노래인지 맞추는 게임이다. 누군가 옆에서 학교종이 땡땡땡~ 을 생각하며 테이블을 두드린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그가 두드리는 소리만 듣고 이 노래를 맞힐 수 있을까? 나는 맞힐 수 없다는 데에 97% 확신한다. 실제 미국에서 실행된 실험에 의하면 실제로 정답을 맞힌 비율을 3% 미만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이 게임을 직접 해 보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지식의 저주가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그럼 지식의 저주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바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다.
추상적 개념을 토대로 하여 구체성을 이용하는 것은 단순히 수학 수업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이는 이해의 기본 원리다. 초보자들은 구체성을 열망한다.
이솝우화가 강력한 스티커 메시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화 이야기는 두리뭉실하지 않다. 구체적인 인물, 배경, 포도, 말, 감정, 행동 등 모두 구체적이다. 그리스 신화도 그렇다. 구체적이기 때문에 쉽고 재밌다. 머릿속에 잘 그려진다. 잘 그려지는 만큼 오래 기억에 남는다. 스티커 메시지가 된다.
모든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공통어란 결국 구체적인 것이다.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구체성이 잘 만족된다면 메시지의 신뢰성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구체적으로 말하는 사람과 대충 두리뭉실하게 말하는 사람. 누가 더 신뢰가 갈까? 답은 뻔하다.
내적 신뢰성을 창조하는 데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생생한 세부 사항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메시지 그 자체가 신뢰성의 근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메시지의 신뢰성을 향상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통계다. 구체적인 수치는 신뢰성을 높여준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통계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단순한 통계 수치는 사람들의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으로 흘러나가 버린다. 메시지에 신뢰성을 준다 한들 기억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통계는 의미를 지니거나 의미를 표현하기 힘들다. 통계는 언제나 ‘관계’를 묘사하는 데 이용되어야 한다. 진정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숫자들 사이의 연관성이다.
저자는 통계를 사이의 연관성을 사용하라고 말한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을 숫자로 말하는 것보다 번개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 좋은 스티커 메시지가 된다.
감성 마케팅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감성에 호소해 물건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음을 쏟고 각별히 여길 때에만 행동을 취한다. 이성보다 강한 것이 감성이다. 한번 사람의 마음을 사면 웬만해서는 그 마음을 돌리기 힘들다.
사람들의 감정을 더 확실히 자극하는 방법은 전체가 아니라 개인에게 연민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는 대중을 위해서라면 행동하지 않겠지만 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발 벗고 나설 것이다.”라는 마더 테레사의 말처럼 특정한 개인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우리는 더 많이 공감하고 움직인다. 대형 포털 사이트나 TV광고에서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특정 아이의 사연을 소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람들이 마음을 기울이게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그들이 각별히 여기는 것을 공략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마음을 기울이도록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들이 이미 각별하게 여기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연합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나 각별히 여기는 것. 그것이 뭘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바로 자신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은?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광고는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득을 강조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볼 점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유 만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아도 양심, 신뢰, 가치관, 의무, 공동체의 이익 등을 위해서 움직인다. 진정한 스티커 메시지가 되려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그들의 이익에 호소하되 그들의 정체성에도 호소해야 한다. 그들의 현재 모습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바라는 이상향에도 호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티커 메시지가 되기 위한 원리는 바로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이 원리는 가장 마지막에 소개한 이유가 있다. 스토리는 사실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스티커 메시지의 원리를 거의 다 포함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스토리'다.
스토리는 ‘지식의 저주’를 물리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사실 스토리에는 SUCCESs 법칙의 거의 모든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스토리는 거의 늘 구체적이며, 대부분 감정을 고취시키고, 의외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스토리는 왜 힘을 지니고 있을까?
스토리의 힘은 이중적이다. 그것은 시뮬레이션(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는 동시에 영감(행동에 대한 동기)을 준다. 당신이 취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장점, 즉 시뮬레이션과 영감이 모두 행동을 초래한다는 점에 주목하라.
스토리는 시뮬레이션을 하게 해 준다. 구체적인 스토리를 들으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 장면이나 상황이 그려지게 된다. 머릿속 시뮬레이션이 뭐 대단하냐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정신적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육체적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의 약 3분의 2 가량을 얻을 수 있다. 여러 가지 과학적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놀랍지 않은가?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구체적인 스토리는 이해하기 쉽고 동시에 시뮬레이션을 하게 만들어 실제 행동력을 높여준다.
스티커 메시지가 되는 스토리의 형식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우리는 엄청난 양에 달하는 고무적인 스토리들을 검토한 후, 세 개의 기본 플롯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바로 도전 플롯, 연결 플롯 그리고 창의성 플롯이다.
흥행하는 영화나 이야기, 드라마들을 잘 떠올려 보자. 분명 이 세 가지 중 하나의 요소는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 최근 푹 빠져서 보고 있는 드라마 '이태원클라쓰'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다. 단밤이라는 작은 포차로 국내 제일의 요식 기업에 도전하는 이야기. 금수저로 대표되는 장 씨 집안과 한순간에 흑수저에 전과자로 전락한 바닥 계급 간의 연결과 갈등 이야기. 가진 것 없지만 단단하고 올바른 신념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창의적인 문제해결 과정들까지. 인기 있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아무나 훌륭한 스토리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업계에서도 극 소수의 재능 있는 사람들만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우리가 직접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창작자보다 크고 복잡하고 훌륭하고 위대한 일상생활에서 멋진 스토리를 찾아내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토리는 사람들을 고무시키고 자극하는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힘을 통제하기 위해 풍부한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저 매일매일의 삶이 만들어내는 훌륭한 스토리를 포착할 준비만 갖춰두면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스토리를 포착할 수 있는 준비와 노력이다.
6가지 스티커 메시지 원리 외에도 이 책은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만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을 케이스별로 설명해 준다. 효과적인 스티커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방법, 최고경영자부터 신입직원까지 관통하는 전략 소통법, 나쁜 소문을 떼어내는 방법, 학생들에게 착 달라붙는 스티커 교수법 등. 이 책을 더 훌륭하게 만들어주는 포인트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책의 뒷부분에 있는 실전 편만 읽어 보아도 될 정도다.
위대한 발견자는 언제나 위대한 창조자가 될 수 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그 누구보다도, 심지어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보다도 훨씬 크고 위대한 메시지를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다. 더 이상 한 가지 직장에만 목매는 시대는 지났다. 손쉽게 이직하고 부업을 하고 온라인으로 돈을 번다. 그만큼 남을 설득하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저자가 말하는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6가지 원리는 잘 활용한다면 남보다 경쟁력 있는 크리에이터, 창작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갈고닦아 일상 주변에서 훌륭한 스티커 메시지를 찾아내 내 것으로 활용하는 위대한 창작자가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