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가기 전에 무화과 한 입
계절을 견딘 과일은 달고 씁쓸하다. 위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맛과 성실하고 외롭게 비바람을 통과한 맛을 낸다.
가을이 좋은 것은 무화과가 있기 때문이다. 달고 씁쓸하고 부드럽다가 심심한 맛의 과일은 무화과뿐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우연으로 만난 무화과를 종종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그날은 코스모스가 늘어진 산뜻한 가을날이었고 길거리에 무화과 향이 물씬 풍겨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공기 중에 섞여 이리저리 퍼지던 날이었다. 손에 들린 몇 장의 현금과 몰려드는 사람들, 그에 반해 호객 행위라고 할 것도 없이 무심하게 판매를 하던 사장님, 바람을 타고 골목으로 퍼지던 달달한 향. 모든 우연이 겹쳐 완벽한 무화과를 만난 거라고 생각했다.
모두의 손에 무화과 한 박스가 있다. 각자의 머리 위로 작은 행복과 설렘이 떠오르는 것을 본다. 일상의 막막함은 미뤄두고 오로지 무화과의 맛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과즙처럼 진득하게 흘러내렸다.
얇은 껍질을 벗기면 노르스름한 과육 안에 붉은 과육이 자리 잡고 있다. 꽃이 되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이는 신비한 과일. 묽은 바나나의 식감처럼 부드러움이 슬며시 퍼지는 순간.
우연이 겹치면 손에 잡히는 행복을 마주할 수 있어. 그런 생각으로 앉은자리에서 무화과 몇 개를 연속적으로 집어 먹었다.
그날을 생각하며 무화과를 주문했다. 당시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걱정하며, 그러나 대체로 무화과는 맛있으므로 적당히 설렘을 느끼며.
무화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남은 계절에도 무화과를 생각하며 시절을 견딜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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