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식집사의 하루
정성스럽게 보살펴도 실패할 때가 있지. 어느 날의 분갈이는 그랬다. 믿음과 여유가 독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잘 자라던 아이를 괜히 건드려서 죽음의 근처에서 끌어올렸을 때, 어떻게든 살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식물과 가까이 지낸 지 3년이 되어 가는데, 여전히 식물은 어렵고 우아하다. 잘 기르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내다가 초록별로 보낸 아이가 한둘이 아니다. 죽여보아야 잘 키운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한 줄기 한 잎을 떠나보내는 건 가슴이 아프다.
무른 줄기를 자르며, 얼마나 생존할지 상상했다. 스무 개의 잎이 살아있는데 이 중에 절반을 살려나 싶어서 우울한 마음으로 물꽂이를 시작했다.
몇 주가 지난 지금, 그중엔 죽은 잎도 생존한 잎도 있다. 생존한 아이들은 새 줄기를 뿜어대고 그 속에서 말린 잎이 매일 아침 기지개를 켠다.
그럼에도 자라는 식물. 느리지만 정확하게 성장하는 초록.
괜히 위로가 되는 날이었다. 이제 화분만 사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