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게 사는 어른들 뺨 후려칠, 초아의 성장소설 <낭만열살>
“몰라서 묻니? 사는 게 힘들대잖아. 울 아빤 맨날 이래, 먹고살기 X나게 힘들다!”
“히히히, 울 엄만 이러는대, 남편 복 없는 년이 자식 복도 없어서 지지리 고생이지이이~”
“난 내가 젤루 고생하는 것 같아. 만날 부부싸움하는 집에서, 하필이면 아빠를 닮아서, 디지게 힘들어.”
“워메? 울할머니는 나보고 엄마 닮았다고 구박하는데?”
“그래도 너네 할머닌 혁대로 때리진 않잖아. 니들도 알지? 울아부지 완전 깡패야, 깡패!”
“그니까 나처럼 아빠 없는 게 장땡이다.”
우하하 호호호 깔깔 낄낄--
흰머리 내려앉기 시작한 지금에 돌아보니
그 시절 아이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눈물 폭탄이었을 텐데,
가난한 시장통 아이들은 희한하게도 지치지 않고 떠들었고 숨 쉬듯 웃었다.
물론, 큰 대자로 눕기란 불가능해보이는 작디 작은 집에선 놀랍게도 날마다 강력한 폭력과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우린 초인의 결기로 견디고 버텨야 했다.
깊은 밤에 열 살 난 아이들이 달려갈 안심처 같은 건 전혀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더 잘 견뎌야 했다.
바로 동네 공터였다.
친구들과 나는 이른 아침부터 부리나케 골목밖 공터를 향해 달려가곤 했다.
거기에서 우리들만의 '대화'라는 것이 시작되었다. 이야기들의 향연이 펼쳐지면 어느새
간밤의 아픔이 배시시 흐려졌다. 단단한 매듭이 샤랄라 풀어지곤 했다.
비록 배가 쉽게 허룩해져 꼬르륵 소리가 요란했지만
우리네 목청은 동네를 뒤흔들었고 몸짓은 작은 번개들처럼 날랬다.
어린 세계를 짓밟는 주먹과 완장 앞에서는 오히려 더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나눠 먹을 눈깔사탕 하나 없었지만 우리의 의리는 하늘을 찌를 지경이었다.
나이 어린아이는 나이 많은 아이의 손을 잡고 따라다녔다.
마음폭이 넓은 아이는 마음폭이 좁은 친구를 용납해주었다.
컴퓨터나 영어학원, 피씨방도 없던 시절, 사람이 내 관심의 전부가 되는 세상.
서로의 존재 자체가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인생.
아이로서 그런 세상과 인생을 맘껏 누리다니!
그랬다. 우리에겐 늘 힘이 있었다,
가장 연약해 보이거나 제일 돈이 안 될 것 같은 낭만과 희망으로부터 오는 힘!
살면서 어느새 주름살이 가장 깊게 패인 나이를 맞이했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게, 중년의 나는 미운 일곱 살처럼 떼쓰고 드러눕고만 싶은 무기력과 무미건조함에휩싸여 있다. 이럴 땐 초아를 만나는 게 상책이다.
1977년에 열 살 인생을 기똥차게 살아낸 초아!
말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눈만 뜨면 '초오아(좋아), 초오아(좋아)!'를 외쳐댔다고 해서 이름이
초아가 되어버렸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당연히, 초아의 가족들과 동네 친구들,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소환.
아이로 살면서 누렸던 생기와 힘을 되찾고픈 어른들,
갱년기와 중년 고개를 깔딱깔딱 넘어가는 이들,
성과와 성공에 목숨 걸고 달리다가 기적처럼 멈춰 선 이들,
재밌게 사는 게 뭔지 잊은 지 오래인 이들.
그들의 품 속으로 이 이야기가 들어가 안길 수 있길 바라며.
___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