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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록 Apr 01. 2024

내 몸이 아파졌다

지겨운 곰팡이


이사 갈 네 번째 결심: 건강하지 않은 몸과 마음


 반지하에 살게 되면 최악의 계절은 여름이다. 장마철이 되면 침수를 걱정하는 것보다 더 큰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햇빛이 들지 않아 집이 매우 습해서 빨래가 마르지 않는 건 기본이다. 그나마 실내건조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는 노력을 했지만, 옷에 배는 쾨쾨한 냄새가 다른 사람한테 전해질까 걱정됐다. 안 그래도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에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면 습한 하수구 냄새 같은 게 올라온다. 사실 집을 구했을 때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살게 되면 사람냄새와 방향제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집구경을 할 때 맡았던 냄새는 그 어떤 노력으로 없앨 수 없는 ‘반지하’ 냄새였다.  




 장마철이 되고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서 벽과 가구에도 곰팡이가 생겨났다. 곰팡이를 없애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고, 벽에 키친탈올을 부착시켜 락스물을 뿌린 다음 닦아냈다. 즉각적인 효과는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생겼다. 곰팡이를 그나마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에어컨과 난방을 동시에 틀어서 습도를 맞춰야 했다. 돈이 이중으로 드는 모순적인 방법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나름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물속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구와 벽에 생긴 곰팡이가 피해를 줄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 몸은 서서히 망가지고 있는 걸 느꼈다. 지금까지 살면서 겪지 못했던 두드러기가 몸에 퍼졌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어버려 피가 나고, 딱지가 지는 악순환이었다. 이 피부병은 약을 발라도 쉽게 나아지지 않았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몸이 아프고 나서 우울함은 더 커졌고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 그냥 다 포기하고 부모님께 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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