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다
이사 갈 결심 세 번째: 침수 걱정
이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렸다. 나는 잠을 자고 있었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꿈인 줄 알았는데 순간적으로 창문을 닫아둔 게 기억이 났고, 이렇게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꿈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잠에서 깼다.
똑. 똑. 똑
창문에서 빗물이 새고 있는 걸 보고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닥은 이미 흥건해져 있었고 새 침대에 물이 스며들고 있다는 게 절망적이었다. 창틀에 있는 구멍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고 전세입자가 거주했을 때 인터넷 선을 통과시킨 구멍 같았다. 일단 구멍을 화장솜으로 막고 나니 물이 새지 않아서 구멍만 막으면 해결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는 동안 화장솜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바닥에 수건을 깔아 두고 다시 잠을 잤다. 다음날 바로 욕실용 실리콘을 사 와서 구멍을 채워줬고 다행히 더 이상 그 구멍으로 물이 새진 않았다.
빗물이 새는 걸 막긴 했지만 잊고 있던 기억이 생각났다. 나는 어렸을 때도 걱정이 많은 아이였기 때문에 반지하에 살았을 때 항상 침수를 걱정했었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어제 일로 다시 생생해졌다. 그렇게 장마철이 되었고 비는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내 근심걱정도 늘었지만 애써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 그때도 아무 일 없었으니까 지금도 문제없을 거야 ‘
비는 걱정스럽게 많이 내렸고, 뉴스에서 반지하 침수 참사에 대해 보도되고 있었다. 나도 반지하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마음이 쓰여서 기사를 계속 찾아봤다. 그 일이 있고 서울시에서 우선적으로 주거 상향 정책이나 침수방지 시설 설치를 지원한다고 했다. 아마 우리 집은 경사가 있는 반지하였기 때문에 경사로를 따라 밑으로 물이 흘러서 큰 피해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고, 남일 같지만 않은 참사 소식에 애통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도 큰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