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오늘도 있을까?
이사 갈 두 번째 결심: 벌레는 무서워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불을 켰다. 곁눈으로 느껴진 기척은 벌레였다. 나는 벌레를 싫어하는데 싫어하는 건 둘째치고 잘 잡지 못해서 문제다. 벌레를 한 번에 잡는 건 기적이고 순발력도 없어서 놓치기 일쑤였다. 이런 내가 벌레 잡기에 달인이 된 건 반지하에 살게 되면서부터다.
반지하 생활에 적응할 때쯤 큰 문제가 생겼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지나 무더운 여름이 되었다. 추위를 깨고 나온 벌레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반지하 살이에 있어서 최악의 계절은 단연코 여름이다. 온갖 벌레들이 공존하는 나의 보금자리.
바퀴벌레, 돈벌레, 꼽등이, 날파리, 거미 •••
하루에 한 번은 꼭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 최강자는 꼽등이라 생각했다. 살충제를 뿌리면 기절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날뛰어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뜀박질이 예술이다. 한 번은 살충제를 뿌리자마자 내 얼굴로 튀어 올라서 기절할 뻔했다. 심지어 생명력도 강한 편이라 살충제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 그래서 꼽등이를 만나는 날이면 한숨부터 나왔다. 반면, 거미와 돈벌레는 잡기 수월하다. 공격하지 않고 도망갈 의지가 없어 보인다. 내가 빨리 잡아주길 기다리는 듯 순응하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만나는 벌레에 내성이 생기진 않지만 나름 벌레 잡는데 고수가 되어가는 걸 느꼈다.
옆집에 사는 이웃이 이사를 간다고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동지애를 느꼈는지 반지하 살이를 주제로 한참 이야기 했다. 바로 옆집인데도 출몰하는 벌레가 달라서 엄청 웃었다. 우리 집은 개미가 나온 적이 없었는데 옆집은 개미가 떼를 지어 다닌다고 설명했다.
“집에 개미가 그렇게 나와요”
“그 집은 개미가 나와요? 저는 개미는 못 봤어요”
“날파리는 많이 나오지 않아요? 이 제품이 날파리한테 직빵인데 드리고 갈게요 그리고 바퀴벌레는 파리채로 잡으면 편해요! “
동병상련인지 옆집 사람은 벌레 잡는 비법을 전수해주기도 하고 좋다는 제품까지 넘겨줬다. 이제 반지하가 아닌 곳으로 이사를 간다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혼자 반지하에 남는 게 아쉽긴 했지만 이웃 덕분에 파리채도 준비했기 때문에 무서울 게 없었다
반지하에 살면 벌레와 동거는 필수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딜 가든 벌레가 있는 건 당연하겠지만 반지하는 차원이 다르다. 적어도 지상층은 꼽등이가 들어올 일은 없을 테니. 나는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면 벌레가 있을까 봐 집안을 훑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은 제발 벌레가 안 나왔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