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세상
3월의 어느 날, 시어른들과 우리 네 식구가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있다.
2년 동안 내놓았던 집이 팔리지 않고 오히려 온갖 문제들이 드러나 골머리를 앓던 시아버지는
마침내 계약이 물꼬를 트게 되고 집을 팔게 되어 부풀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아들네에 내려와 있다.
영어가 되지 않는 이민 1세대 부모님을 대신하여 기억도 나지 않는 철든 순간부터 또 다른 가장 역할을 하던 집안의 머슴인 남편은
내일로 다가온 계약과 부모님 약 타는 일과 그 밖 모든 일을 부모님께 다시 복기시키며 내일 몇 시에 출발해야 다 처리할 수 있다며 정신없이 브리핑 중이다.
본인이 얼마나 예민하고 약한지를 틈만 나면 이야기하시는 시어머니는
막상 병원에 가면 모든 것이 정상인데
이번에도 변함없이 어디 어디가 아팠고 지금도 어디 어디가 아프다고 자신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봄방학을 맞아 일주일 동안 집에 와 있는 아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 대학 시절 동안 3년가량을 사귀어오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터라
툭 건드리면 눈물이 두두둑 떨어지는 슬픔으로 온 마음이 물바다가 되어 있다.
원하는 대학 합격 이후
한껏 늘어져 마지막 남은 시니어 생활을 즐기고 있는 딸은
나를 볼 때마다 프롬 드레스를 사야 한다고 졸라대며, 머릿속에 드레스를 입은 예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설렘과 상상의 구름으로 가득하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 모여 밥을 먹는데,
모두의 세상은 다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세상에 갇혀
단 한 번도 자신의 생각을 벗어나지 못한 채
타인이 될 수 없는 자신의 한계와 실존의 존재로서
분명 함께인데 단 한 번도 함께인 적이 없는
철저한 자신만의 시간과 의식의 흐름으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