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기승전결이요? 그런 거 잘 모르는데요.
그래서 나는 계획도 없이 웹소설을 시작했다. 대충 인물만 정해놓고 줄거리는 쓰면서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오늘 쓸 소설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글을 쓰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줄거리의 큰 틀은 유지되었지만, 문장에 살이 붙어 세세한 표현들은 달라졌다.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 초반에는 그저 내가 상상한 것들이 문장으로, 소설로 그려지는 게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 재미에 빠져 정신없이 달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은 더더욱 보지 않고. 바로 내 발밑만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야 내가 지금 제대로 목적지까지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는 갑자기 들이닥친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도 있고.
신나게 소설을 쓰던 어느 날, 드디어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길을 잃었다. 어떤 결말을 생각해 놓지 않은 채 쓴 글은 뒷심이 부족해 흐지부지, 아니 겨우 완결을 쓸 수 있었다.
분명 초반에는 재밌고 신났는데, 소설 완주를 했을 때는 찝찝함이 남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장편 소설을 완결했다는 기쁨에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쉬지 않고 바로 차기작을 쓰기 시작했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여러 이야기가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빨리 토해내고 싶었다. 역시나 줄거리, 완결을 생각하지 않고 적어 내려간 글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다 보니 시작부터 위태로웠다. 두 번째 소설을 미공개 습작으로 숨겨놔야 했다.
그때 시놉시스라는 것을 알았다. 작품의 주제, 기획 의도, 줄거리, 등장인물 등등 짧고 명확하게 정리한 요약본이다. 세 번째 소설은 시놉시스를 쓰고 시작했다. 시놉시스 쓰는 방법을 몰라, 여기저기 검색하며 나 혼자 터득했다.
정확한 글의 방향이 정해지자, 글쓰기가 훨씬 편해졌다. 쓸 때마다 생각해야 했던 이전 작품들보다 작업 속도도 훨씬 빨랐다. 이미 완결이 정해져 있으니, 분량 조절하기도 쉬웠다.
여기서 또 트리트먼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작품의 구체적인 줄거리를 뜻하는 말이다. 아주 세세하게 사건들을 나눠놓으니, 소설 쓰기가 더욱 즐거웠다.
하지만 시놉시스나 트리트먼트는 처음 구축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주인공 둘이서 알콩달콩하고 있는데 이걸 글로 풀어내려고 하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소설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빨리 1편이라고 쓰고 싶어서 손이 간지러운데, 시놉시스 작업을 하려니 마음만 달그락거렸다.
그래도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를 만들어놓으면 완결까지 무난하게 달릴 수 있으니, 꾹 참고 적었다.
지금은 네 번째 웹 소설을 쓰고 있는데 거뜬하게 완결까지 이끌어갈 수 있었다. 역시 대문자 J인 나에게는 확실한 계획표가 필요했다.
일상생활은 여전히 계획에 대한 압박감 없이 생활하겠지만, 앞으로 소설을 쓸 때는 꼭 시놉시스를 작성하고 시작할 것이다. 글 쓰기 작업에서는 파워 J의 힘을 발휘해야겠다.
물론 시놉시스를 쓰고 소설을 시작하는 방법이 정답인 것은 아니다. 다른 유명한 웹 소설 작가님들을 보면 시놉시스 없이, 소설 쓸 때마다 줄거리를 생각하며 집필하신다는 분도 계신다. 오히려 시놉시스를 쓰고 시작한 소설이 성적이 더 안 좋았다고.
나는 반대로 시놉시스를 쓰고 시작한 소설 성적이 더 좋았다. 소설 쓰는 방법은 사람마다 알맞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꼭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 좋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여러 가지를 해봐야, 나에게 맞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실패를 오히려 고마워하자. 성공으로 가는 길을 한 개 더 찾았다고 생각하자. 오늘 한 실패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