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다음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
4편에서 말했듯이 내가 웹 소설을 쓰던 초반에는 시놉시스는 물론 기승전결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키보드만 두드렸다. 물론 시놉시스가 없어도 베스트 셀러를 완성해 내는 작가님들도 많다.
마음이 갈대 같은 나는 기승전결은 물론 시놉시스가 있어야 길을 잃지 않고 완결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당연히 첫 번째 웹 소설을 쓸 당시에는 말문이 막힌 것처럼 다음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았다. 주인공들의 미래를 작가인 내가 모르는데 이야기가 순탄하게 진행될 리가 있나.
시놉시스와 기승전결을 만들어 놓고 글을 써도 어느 순간 문장이 안 써질 때가 있었다. 그건 바로 하루에 쓸 수 있는 글자 수를 초과했을 때였다.
자세히 말하면 상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글쓰기는 하루에 딱 공백 미포함 3,200자였다. 컨디션이 좋거나, 에피소드를 애매하게 끊기 어려울 때는 4,000자까지도 거뜬하다.
어쩌다가 지난 6월에는 에세이 출간 작업도 함께 하는 바람에 에세이 2,000자와 웹 소설 3,200자를 동시에 진행한 적도 있었다. 이때도 힘들지 않고 쓴 거 보면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쓰는 작업과 상상해서 써야 하는 소설 쓰기하고는 별개인 듯싶다.
웹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하루에 한 편 완성하는 작업이 간절했다. 또 이왕 쓰는 거 출간까지 이어지길 소망했다. 웹 소설로 억대 연봉을 기록하면 참 좋겠지만,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았다. 나의 웹 소설 쓰기 실력은 이제 막 배밀이를 시작한 신생아에 불가하니까.
그저 내 작품을 출간해 줄 수 있는 출판사가 있다면, 내 작품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한 문장씩 모았다.
그래서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다음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 사태를 막아야 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퇴근하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웹 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미션이지만, 나 자신과 한 약속은 꼭 지키고 싶었다. 이 약속마저도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제자리에 안주하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정말 많다. 1년만, 딱 1년만 웹 소설 쓰기에 미쳐보는 건 어떨까. 고작 1년 가지고 대단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겠지만, 좀 더 앞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여기서 그만둬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웹 소설을 쓰던 초반에는 자꾸만 멈추는 상상이 안타까웠다. 글 쓸 시간도 없는데 상상까지 막히다니. 퇴근 후 글을 쓰다가 더 이상 떠오르는 장면이 없으면 일단 밖으로 나갔다. 평소에 산책하는 걸 좋아해서 집 앞 중랑천을 하염없이 걸었다.
단, 멍하니 걷기보다는 발을 열심히 굴리면서 머릿속도 열심히 굴렸다. 주변에서 '너는 대체 이런 상상을 어떻게 하는 거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상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할 자신이 있다. 내가 또 그것을 즐기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산책을 하다 보면 꽉 막혔던 소설이 '뻥' 하고 터질 때가 있다. 그러면 경보를 하는 중에도 휴대폰에 글을 적느라 바빴다.
소재와 상상이 끊이지 않게 하려고, 매일 웹 소설을 읽었다.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기 전부터 애용하는 밀리의 서재는 기본이고 좋아하는 작가님이나 레전드 작가님의 신작을 발 빠르게 읽기 위해서 리디에서 결제하여 읽었다.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한두 개 사는 건 손이 벌벌 떨리는데 책 사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블로그 수익으로 리디 캐시를 충전하니 용돈도 아낄 수 있었다. 월급 외 수익으로 취미 생활을 이어 나가니 뿌듯했다.
요즘 웹 소설은 90년대생한테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내용도 대사도 모든 게 가벼웠던 인터넷 소설과 다르게 최신 웹 소설들은 묵직하다.
나는 웹 소설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평소 지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쓸 수 있는 세련된 문장들이 많다. 내가 알지 못하는 직업이나 개념들을 챙길 수 있다.
1년에 300권 이상 책을 읽으며 내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말투와 사용하는 문장, 단어가 아주 고급스러워졌다. 차분하게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자기 계발서, 일반 소설, 에세이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는다. 그중에 웹 소설도 있었으니 내가 발전하는데 분명 영향받았을 것이다.
여유가 있다면 웹 소설 강좌를 듣는 것도 실력을 빠르게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시간도, 돈도 여유가 없기에 웹 소설 쓰기 강좌는 듣지 못했다. 월급만으로는 돈을 모을 수가 없어서 시작한 웹 소설 쓰기인데 강의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나처럼 여유가 없는 분들도 충분히 웹 소설을 많이 읽으면 점차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물론 돈만 보고 웹 소설을 쓰면 안 된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가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쓰는 것이다. 간단하게 인스타그램 피드를 올리든, 블로그에 정보 전달하는 글을 쓰든.
나는 글을 쓰는 것 자체만으로 스트레스가 풀리기에 즐기는 중이다. 열심히 매일 쓰다 보면 돈도 나중에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웹 소설을 쓰면서 다음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 다른 작품을 많이 읽으며 계속 상상해 보자. 단, 웹 소설을 읽을 때 이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생각하며 꾹꾹 눌러 담아 읽자. 좋은 문장들이 계속 쌓이고 쌓이다 보면 훗날, 내 손가락에서도 멋진 문장이 탄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