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제 직장인의 웹 소설 작업 일기
나는 매일 숨 쉬듯이 책을 읽고 밥 먹듯이 글을 쓴다. 비록 속독은 못 하지만 출퇴근 지옥철 안에서 한 글자라도 읽으려고 노력한다. 점심시간과 휴식 시간에는 한 글자라도 더 쓰기 위해 핸드폰 위에서 열심히 엄지를 움직인다.
그런데 나는 집에 책상이 없다. 심지어 내 방도 없다. 침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게 안쓰러웠는지 남편이 노트북을 선물해 줬다.
노트북이 생긴 뒤로는 식탁에 펼쳐놓고 글을 편집한다. 그마저도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쓸 틈이 없다. 계약한 소설을 메모장에서 한글 문서로 옮길 때나 잠깐 쓴다.
이 글은 책상이 없다고 자랑하는 글이 아니다. 책상이 없어도 도 독서와 글 쓰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최근에 특별한 장소가 없어도 간절히 원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소망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장래 희망이 계속 바뀌었다. 간호사, 미용사, 미스코리아, 배우 등등.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만큼 간절한 꿈은 없었다. 어느새 현실에 치여 태어났으니까 사는 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인생이 잔잔했다.
그런 나에게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장래 희망이 생겼다. 심지어 서른 넘어서. 이미 회사원, 15년째 대기업 만년 대리로 있으면서 나는 다른 장래 희망을 꿈꿨다.
나의 새로운 장래 희망은 '작가'였다.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 현실에서 고통받는 삶을 책 속에서 위로받았다.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블로그 책 리뷰가 점점 쌓여갈 때마다 내 생각과 자존감도 몸집을 키워나갔다.
마음속에 흘러넘치는 감정과 상상들을 토해내고 싶었다. 어느 날 글을 쓰고 싶었고 그래서 시작한 매일 3,200자 쓰기는 어느새 1년 이상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나는 글 쓰기를 전공하지 않았을뿐더러 배운 적도 없다. 그저 어릴 때부터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내 머릿속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내는 재미로 소설을 썼다.
정말 신기했다. 내가 생각한 것이 글로 표현된다는 것이. 이 즐거움은 아직도 글 쓸 때마다 느끼고 있다.
아마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지키고 싶어서인 듯싶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나는 20대 때 암 판정받았다. 인생이 180도 달라질 것처럼 병원에서는 무시무시한 결과만 쏟아냈다.
그때부터 1분 1초가 아까웠고, 타인에게 의미 없이 베풀던 친절을 거두었다. 무조건 '나'만 생각했다.
세상에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내가 아무리 선하게 대해도 싫어할 사람은 내가 뭘 해도 싫어한다. 내가 화를 내도 내 곁에 남을 사람은 다 남았다.
그래서 오로지 나의 새로운 장래 희망을 위해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물론 나는 다른 작가님들하고 출발선이 달랐다. 전공자도 아니고 배운 적도 없어서 내 글이 완벽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내가 초반에 썼던 소설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너무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도 언젠가 나도 '작가'라는 도착 지점에 닿을 수 있겠지. 비록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긴 여정이 될 수 있지만 목표 지점만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나는 하루 중에 집중해서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방과 책상도 없다. 물론 나도 회사 그만두고 종일 글만 쓰고 싶다. 편안한 의자와 넓은 책상에서.
하지만 나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소시민이기에 회사를 그만둘 수 없었다. 당장 책상을 놓기 위해 좁은 집에서 넓은 집으로 이사 갈 돈도 없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서 이룰 수 없는 일을 가지고 끙끙거려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바로 바꿀 수 없다면 그저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인정하고 슬퍼하지 않았다.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방법을 찾았다.
그만큼 작가라는 꿈이 간절했다.
그러면 나는 바쁜 생활 속에서 어떻게 책을 읽고 글을 쓸까?
일단 일어나면 출근하기에 바쁘다. 침대에서 핸드폰 보면서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바로 지하철역으로 튀어 나간다. 서울 변두리에 살기 때문에 역까지도 한참을 가야 한다.
경기도민분들로 꽉 찬 지옥철에 겨우 몸을 비집고 들어간다. 어떻게든 자리를 확보해서 종이책을 펼친다. 종이책은 대부분 협찬받은 책이기에 최대한 빨리 읽는 편이다.
겨우 서울 중심에 있는 회사에 출근한다. 나는 1호선을 타고 다니기에 무조건 1시간 일찍 집에서 나온다. 1호선이 언제 고장 나고 멈출지 모르기 때문에 넉넉하게 다니는 편이다.
사무실로 올라와서 컴퓨터 세팅을 하고 차를 타 온다. 그리고 업무 시작 전까지 책을 마저 읽는다. 오전에 최대한 열심히 일을 한다. 당일 할당받은 일을 빨리 처리하고 오후에 글을 쓰기 위해서.
점심시간에는 자리에서 간단하게 샐러드를 먹으며 글을 쓴다. 오후 업무를 조금 하다 보면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일을 일찍 끝마칠 수 있다. 그러면 그때부터 글을 썼다. 물론 중간중간 새롭게 들어오는 업무를 하면서.
오로지 글을 쓰겠다는 열정 덕분에 회사 업무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팀에서 내가 제일 빠르다.
덕분에 정시에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는 웹 소설을 읽는다. 이미 종일 녹아내린 뇌는 어려운 책보다 가벼운 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 주전공이 웹 소설이기에 웹 소설 인풋은 무조건 해야 글이 잘 써진다.
집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저녁 먹고 집안일한다. 해야 티가 나는 집안일은 매일 안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책을 마저 읽거나 글을 다 쓰지 못했으면 글을 쓴다.
그것도 다 했으면 영상이나 드라마를 본다. 이것도 소설에 관한 소스를 얻기 위한 일이다. 하지만 영상을 보면 쉽게 피로감이 몰려와 짧게 보고 닫는다.
나는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면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를 외우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쉽게 지치기 때문에 영상을 자주 못 본다.
자기 전까지 침대에서 또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매번 남편이 잠들어버린 나 대신에 책갈피를 끼워준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도 나는 정말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하루가 소중하다.
내가 책 읽기와 글 쓰기를 즐겨서 그랬을까, 생각보다 빨리 내 장래 희망이 이루어졌다. 웹 소설 무료 연재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작가로 데뷔한 것이다.
첫 작품을 출간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찬데 다행히 지금까지 쓴 웹 소설 모두 계약했다. 글 쓰기의 즐거움을 매일매일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만약 내가 책상이 없어서, 글 쓸 시간이 없어서 글 쓰기를 포기했다거나 또는 재미를 찾지 못하고 쉽게 지쳤다면 어땠을까?
나는 나의 장래 희망을 이루고 나서 자존감이 엄청나게 커졌다. 소심하고 겁 많던 성격이 타인과도 즐겁게 대화 나눌 수 있고 입가에 미소 지으며 고맙다고 얘기할 수 있는 작은 여유도 생겼다.
한번 작가라는 꿈에 성공하니 작은 실패에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걸어갈 힘도 생겼다.
내가 할 의지만 있다면 간절함만 있다면 나처럼 책상과 시간이 없어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좋은 기회와 운도 준비된 사람이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꾸준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면 나에게 맞는 기회가 꼭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