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는 제주도에서 50km 트레일러닝 대회를 달렸다. 서귀포에서 시작해서 한라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였다. 첫 대회였기 때문에 내 한계를 시험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달렸다. 10달 정도 달리기를 했고 주말에는 2~30km씩 장거리 훈련을 했다. 상위 10% 안으로 들어오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마지막 2km를 남겨놓고 봉크를 겪었다. 결승점이 눈앞이었고 내리막 길뿐이었지만 달릴 수 없었다. 몸이 덜덜 떨렸다. 주저앉고 싶었다. 겨우 걸어서 완주했다. 결승점에서 물과 음식을 먹고 나자 겨우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장거리 훈련을 하면서 먹을 것을 챙기긴 했지만 잘 먹지 않았다. 훈련할 때와 산에서 50km는 완전히 달랐다. 영양섭취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다.
러너에게 봉크란?
봉크(bonk)는 '꽝', '퉁'같은 의성어이다. 둔기로 얻어맞았을 때 나는 소리 표현이다. 장거리 선수가 봉크를 겪으면 끝장이다. 봉크는 달리기 속도를 크게 늦추거나 아예 대회를 포기해야 할 만큼 무서운 역경이다.
간단히 말해서 봉크는 갑작스럽고 심각한 피로다. 봉크를 겪으면 운동능력이 저하된다. 달리기, 사이클링, 등산 같은 장거리 장시간 운동 시에는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에 주 에너지원은 글리코겐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몸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된다. 글리코겐은 24시간 정도 저장되고, 유산소운동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근육에 글리코겐이 많이 저장된다. 글리코겐이 고갈되면 극적인 피로, 근육 약화, 탈진상태가 된다.
마라톤 도중 봉크를 예방하는 방법은 적절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달리는 동안 최적의 운동 수행능력을 유지하려면 몸의 에너지원이 바닥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역사적으로 달리기 대회를 할 때 고체형 음식을 섭취했다. 고체형 음식은 가지고 다니기 어렵고, 먹기 어렵고,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대회 중 에너지원으로 쓰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브로딩(carbohydrate loading)이라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카브로딩은 대회 일주일 전 며칠 동안 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하다가 대회 직전 2~3일 동안 탄수화물 섭취를 극적으로 늘린다. 이 방법을 쓰면 몸에 글리코겐을 평소보다 2배 저장시킬 수 있어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카브로딩은 효과가 증명되었지만 꽤 고통스럽고, 아마추어 러너들은 잘 쓰지 않는다. 최근에는 에너지 젤(energy gel)을 이용한다. 에너지 젤은 마라톤을 하는 동안 몸에 지니고 다니기 쉽고, 소화하기 쉽고, 빠르게 탄수화물을 제공하여 몸에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
에너지 젤과 세심한 영양섭취는 마라톤 대회에서 자신의 최대기량을 발휘하는데 필수이다. 충분하고 어려운 훈련을 했는데 대회에서 봉크로 망쳐버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대회를 계획적으로 준비했다면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장거리 훈련을 한다. 이때가 영양섭취를 시험해 볼 좋은 기회이다.
그렇다면 마라톤 도중에 무엇을 먹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음... 대답은 '그때그때 다르다'이다. 어떤 걸 얼마나 먹어야 할지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운동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르다. 일반 마라톤은 2~5시간이 걸린다. 트레일 러닝은 코스가 다양하기 때문에 30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마라톤과 트레일 러닝은 다른 영양섭취가 필요하다. 직접 시도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다.
탄수화물은 인간의 몸에 필요한 3대 영양소 중 하나이다. 근육뿐 아니라 뇌에도 항상 쓰이는 에너지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탄수화물 섭취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생활습관병으로 불리는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과 관련 있고 특히 탄수화물 과다섭취가 그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은 탄수화물부터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유산소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탄수화물은 매우 소중한 에너지원이다. 기본적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원칙 1. 강렬한 운동(예: 마라톤) 1시간~2시간 30분 정도 지속한다면 한 시간마다 30~60그램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원칙 2. 2시간 30분 이상 지속한다면 한 시간당 90그램 이상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엘리트 선수가 아니라면 42km의 마라톤을 완주하는데 3~5시간 정도 걸린다. 달리는 동안 필요한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게 에너지 젤을 들고뛰어야 한다. 탄수화물로만 이루어진 에너지 젤을 과다섭취하면 위장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장거리 훈련할 때 적절한 양이 어느 정도 인지 직접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원칙 3. 대회 중 새로운 것은 피한다.
마라톤이나 트레일 러닝 대회에서는 코스 중간에 에너지 젤이나 음식을 준비해 둔다. 아마도 새로운 맛을 시도해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몸에 맞는 음식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새로운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회 전에 시도해보지 않은 음식은 두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원칙 4. 영양성분을 확인한다.
에너지 젤은 장시간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빠르게 먹고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에너지 젤 대부분은 말토덱스트린(maltodextrin)과 과당(fructose)의 조합이다. 평소에는 먹을 필요가 없다. 혈당을 빠르게 올리거나 칼로리가 높아서 평소에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
이 성분들은 빠르게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지만 위장장애, 소화불량에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미리 먹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에너지 젤을 선택해야 한다. 에너지 젤에는 대개 미네랄과 카페인도 포함된다. 장시간 운동하며 땀을 많이 흘리면 나트륨을 비롯한 미네랄이 빠져나가서 전해질 불균형이 생긴다. 전해질 불균형이 생기면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게토레이, 포카리스웨트 같은 스포츠 드링크는 에너지젤을 엷게 희석한 것이다. 에너지 젤과 스포츠 드링크를 함께 마시는 것은 과다 섭취가 될 수 있다. 100km 이상 트레일러닝 같은 경우에는 에너질 젤과 비상용 전해질(미네랄)을 같이 들고 달리는 것이 좋다.
원칙 5. 지방도 에너지원이다.
마라톤과 같은 장시간 운동을 할 때는 탄수화물이 7-80%, 지방 2-30% 그리고 아주 적은 양의 단백질이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격렬한 운동일수록 탄수화물이 많이 쓰인다. 탄수화물이 주에너지원이지만 지방도 그만큼 중요하다. 장시간 운동을 하면 걸을 수도 있다. 걸을 때 지방을 태우게 된다.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한 사람들은 지방을 더 잘 쓰는 효율적인 몸이 된다.
마지막 원칙은 타이밍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에너지 젤은 평소에 먹는 것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프 마라톤(21km)은 아마추어 선수도 대개 2시간 전후로 들어온다. 이 경우 10km와 17km 정도 지점에서 에너지 젤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효과를 크게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나의 에너지 젤은 보통 25-30그램이다. 따라서 30-45분마다 하나씩 섭취하는 것이 좋다. 거리가 아니라 시간에 맞춰 먹는 것이 좋다.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은 2시간 초반에 들어오기 때문에 에너지 젤 없이 달릴 수 있다.)
장거리 유산소 운동을 한다면 영양섭취도 훈련해보자. 어떤 것을 먹었을 때 위장장애가 생기는지, 너무 많이 먹어서 불편해지는지, 너무 적어서 봉크를 겪는지 미리 시험해 보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 글은 폴라의 아티클들을 기반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