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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새월 May 26. 2024

밧줄


밧줄을 푼다


시작부터 찾아야 한다


흙먼지와 각종 풀시체를 뒤집어쓴

진흙색 명줄을 살펴본다


이중나선의 밧줄은

핏줄처럼 보여서

분명 물려받은 거다

마지막으로 풀리며 내게 물려 오는 거다


선을 따라가 본다

원이 하나 보인다

올가미였나


그냥 꼬인 거였구나

그래

너가 그렇게 소름 끼칠 리는 없겠지

내가 그렇게 소름 끼칠 리는 없겠지


홀로 삐져나온 한 가닥을 찾았다

조금씩 조금씩

포옹을 풀어헤친다

미안하다

때가 된 것뿐이다


둘은 점차 혼자가 된다

나는 점차 둘에서 셋이 된다


동아줄이었을까

그래서 이렇게 썩었나

역시 제대로 된 동아줄은 존재하지 않았구나

내려갈 때는 쓸 수 있었을지도


이윽고 끈질긴 포옹이 끝나고

둘은 돌돌 말려 작은 공이 되었다

나도 돌돌 말려 있는데


우리는 삼 형제네

끊어졌으면 더 식구가 많았을 거야


그래도 그건 싫다

아플 바에는 외로운 게 낫다

아프게 하는 것보단 외로워서 아픈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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