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을 푼다
시작부터 찾아야 한다
흙먼지와 각종 풀시체를 뒤집어쓴
진흙색 명줄을 살펴본다
이중나선의 밧줄은
핏줄처럼 보여서
분명 물려받은 거다
마지막으로 풀리며 내게 물려 오는 거다
선을 따라가 본다
원이 하나 보인다
올가미였나
그냥 꼬인 거였구나
그래
너가 그렇게 소름 끼칠 리는 없겠지
내가 그렇게 소름 끼칠 리는 없겠지
홀로 삐져나온 한 가닥을 찾았다
조금씩 조금씩
포옹을 풀어헤친다
미안하다
때가 된 것뿐이다
둘은 점차 혼자가 된다
나는 점차 둘에서 셋이 된다
동아줄이었을까
그래서 이렇게 썩었나
역시 제대로 된 동아줄은 존재하지 않았구나
내려갈 때는 쓸 수 있었을지도
이윽고 끈질긴 포옹이 끝나고
둘은 돌돌 말려 작은 공이 되었다
나도 돌돌 말려 있는데
우리는 삼 형제네
끊어졌으면 더 식구가 많았을 거야
그래도 그건 싫다
아플 바에는 외로운 게 낫다
아프게 하는 것보단 외로워서 아픈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