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빼듯 지울 수 있다면
전세집을 그저께 뺐다. 교실 짐은 오늘 오전에 가서 다 정리했다. 정들었던 두 곳에 내 흔적이 남아 혹여 다음 사람이 불편할까 열심히 그 세월을 지웠다.
새집으로 이사 온 다음날, 미처 다 치우지 못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내가 쓰레기장 앞에서 웃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아이들 돌 쯤인가에 스튜디오에서 추가금을 내고 산 대형 액자였다. 갓 돌이 된 쌍둥이는 동네 맘까페 마켓에서 산 분홍 여름 원피스를 맞춰 입고 머리엔 흰 꽃 머리띠를 한 채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나는 카라 있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고 남편은 그와 비슷한 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이들 양 옆으로 엄마, 아빠가 턱을 괴고 있었다. 두 사람 얼굴 크기가 아이들 몸만 했다.
카메라 셔터가 눌리며 묵직하고 긴 기계음을 내던 그 순간에 이미 이런 날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 같다. 한 번 밖으로 드러난 폭력성은 가속도가 붙긴 쉬워도 결코 그만두긴 어려울 거란 걸.
‘왜 이렇게 큰 사이즈로 골랐지?’란 후회와 누가 볼까 남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 뒤에 그보다 조금 아담한 크기의 다른 액자가 하나 더 있었다. 결혼할 때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아 결혼 후 1주년 기념으로 찍은 신랑 신부 사진이었다. 어차피 결혼식은 다 치른 뒤라 살구색 드레스를 골라 입었었다.
가족 사진을 뒤집어 그 사진을 가렸다. 이제 이사 온 나를 누가 알아보지도 않겠지 뭐. 저 사진이 쓰레기차에 실려가고 나면, 그 시절도 잊어버려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