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한 자 한 자 눌러쓰듯이

by 이주희

가로수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요 며칠 사이 정말 그렇게 되었다. 만약 누군가 일 년 중 돌아가고 싶은 때를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11월 초순을 고를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걸 잊는다.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는 풍성했던 이파리가 붙어있던 시절을 기억할까? 내 곁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사람의 인연이 대개 마음먹는 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도 시작과 끝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많은 사람을 만나 내가 누구와 잘 맞는지를 실험하다시피 하며 지냈다. 이제는 가끔 아파오는 몸 때문인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은 불안함이 든다.

그래서 논술 문제에 답을 많은 생각 끝에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쓰듯, 사람과의 관계도 그리 해보고자 한다. 내가 정말로 마음이 가는 사람과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나도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었나 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