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ak Low

by 이주희
Speak low when you speak, love
Our summer day withers away too soon, too soon
Speak low when you speak, love
Our moment is swift, like ships adrift, we´re swept apart, too soon

Speak low, darling, speak low
Love is a spark, lost in the dark too soon, too soon
I feel wherever I go that tomorrow is
Near, tomorrow is here and always too soon

Time is so old and love so brief
Love is pure gold and time a thief
We´re late, darling, we´re late
The curtain descends, everything ends too soon, too soon

I wait, darling, I wait
Will you speak low to me, speak love to me and soon


여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 나온 한 여자가 있다. 먼저 나치에게 끌려갔던 남편이 자신이 풀려나는 대신 아내를 밀고했다는 친구의 말에도, 그녀는 남편을 찾아 헤맨다. 아우슈비츠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가 바로 그였으므로.

두개골과 얼굴이 상해 성형수술을 한 그녀의 얼굴을, 그는 알아보지 못한다. 그녀가 자신이 버린 진짜 아내임을 알아채는 순간은, 가수이던 그녀가 나지막이 "Speak Low"를 부를 때다.


일제강점기, 백정의 딸로 태어난 한 소녀는 역 근처에서 옥수수를 팔며 지냈었다. 천도교를 믿는 집안의 한 남자가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개성으로 함께 달아나자고 할 때까지. 몸이 아픈 어머니마저 버리고 일제의 눈길을 피해 그를 따라나선 그녀는, 스스로는 아무 부끄러움이 없었으나 꼬리표처럼 따라온 '백정의 딸'이라는 수식어로 사람들에게 온갖 따돌림과 무시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정신과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결혼했던 그 청년은, 세상 사람들의 겨울바람같이 매서운 텃새에 결국 자신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거두어버린다.

며칠 전 여름휴가 때를 떠올리다 문득 한 한옥식 숙소에 남편과 묵었던 기억이 났다. 거기 뒤쪽에는 간이 수영장이 있었다. 남편과 나는 수영장 한쪽 귀퉁이에 앉아 있었다. 어떤 가족이 커다란 삽살개 한 마리를 데리고 왔는데, 수영장 주위를 아이들과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개를 무서워하는 나는 그 덕에 움직이질 못하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남편은 이런 내가 신경 쓰여 계속 내 눈치를 보았다. 그는 누구보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걸.

나중에 아이들과 교외의 한 음식점에서 푸들 한 마리가 무섭게 짖으며 달려들었을 때도, 난 그 개가 무서웠다. 그 푸들이 달려들 때 옆에 손잡고 있던 아이를 '번쩍 안아 대피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는 그의 어머니와 통화하며 나를 "씨발년"이라고 불렀다.

아이를 낳은 후 매년 내 생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것도, 그가 나에 대한 사랑을 잊어버렸다는, 혹은 더 쉽게, 마음이 변했다는 걸 나타내는 증거 중 하나였을테다. 나치의 협박도, 세간의 편견도 아닌 그만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토록 바랬던 '쌍둥이의 탄생'에 잇따른 '육아 스트레스'였을까. 아니면 그간 원래 그것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 내 마음에 들려고 무던히 애써 가면으로 가리고 앉아 있었던 걸까?


사람들이 이혼에 관해 많이 하는 얘기 중에 바람, 도박, 술, 폭력 아니고서는 참고 살아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든 한 인간에 대해 그 정도밖에 기대할 수 없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어쩌면 나는 '성격 차이'가 아닌 확실한 이유로 헤어지니 오히려 다행인 걸까? 너무 빨리(too soon) 변하는 한 사람의 마음을 이제는 더 믿지 못하겠으니, 내겐 오직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할 뿐일까.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Time is so old), 사랑은 아, 너무도 찰나이구나(Love so brief)!


*첫 번째 이야기는 영화 '피닉스', 두 번째 이야기는 소설 '밝은 밤'에 있습니다.

*Speak Low를 들을 수 있는 곳을 링크해놓을게요. 여러분의 사랑은 너무 빨리 그 자취를 감추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