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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금 Oct 10. 2023

직접 살아본 진짜 프랑스 소도시 VICHY의 모습




  L'Allier(알리에) 강이 흐르는 프랑스 중부지방의 소도시 VICHY에는  여름휴가철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몰려오고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주말이면 경마장에선 경주마들이 달리고, 강에서는 색색의 보트들이  질주하며 오페라 앞 작은 공연장에서는 애니메이션 《라따뚜이(2007)》가 연상되는 프랑스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유가 넘치면서도  고요한 그 소도시에선 작은 생동감들이 넘쳐난다.







  하루 만에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 VICHY. 그렇지만 그 매력이 엄청나 사람을 다시 이끌게 하는 재주가 있다. 나만 이 도시의 매력에 빠진게 아니었던지 2021년에는 무려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했다. 그저 작은 시골 마을에 그칠 뻔했던 VICHY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온천수>다.


  ‘치료의 물’로 사용된 온천수 덕에 나폴레옹 3세가 즐겨 찾기 시작하며 VICHY는 휴양 도시로 변모했다. 19세기부터 귀족들이 찾는 휴양 온천 도시로 시작했기에 현재도 온천욕장을 갖춘 호텔, 오페라 극장, 카지노, 경마장, 골프장, 잘 꾸며진 아름다운 공원 등 휴양에 최적화된 시설들이 즐비하다.



과거 온천 휴양 도시 시절의 VICHY
VICHY 경마장 / Les fêtes Napoléon III 매년 5월에 열리는 나폴레옹 3세 축제 / 한달간 계속되는 여름 축제


  VICHY의 대형 스파 호텔들은 온천수로 건강을 위한 치료부터 미용 관리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온천탕에서 통증 완화나 관절 치료를 위한 체조, 물줄기와 기포로 하는 마사지, 샤워 마사지 등이 있다. 주로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나 소화기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머물며 치료를 받기 때문에 한나절 정도만 온천욕을 즐기는 한국과는 다르다.


  프랑스의 온천욕은 아픈 몸을 온천이라는 약탕에 담가 피부와 혈관을 통해 몸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온천을 치료 목적으로 이용하기에 귀족들은 장기간 머물며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작은 도시 VICHY에는 여러 문화시설들이 생길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온천수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휴식하며 생기를 충전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Vichy Célestins Spa Hôtel


  VICHY는 지금까지도 온천 휴양도시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가득한 현대인들을 위해서 건강과 미용에 집중한 치료를 통해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용하고 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축제를 통해 발전을 꾀하고 있다.






  VICHY의 온천수는 탄산이 있어 톡 쏘고 약간 짜기도 하면서 애매하게 비릿한 맛이 난다. 언제 한 번은 잘 모르고 텀블러에 온천수를 담아 흔들며 산책하다가 그 뚜껑이 뻥!!! 하고 튕겨져 나가 깜짝 놀란 적도 있다. 길 한가운데서 얼마나 웃었던지! 이를 식수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VICHY 곳곳에 위치한 수원지에서는 가족들이 삼삼오오 몰려와 온천수를 받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VICHY의 곳곳에 위치한 수원지들


  이토록 영험한 VICHY의  온천수에는 탄산수소나트륨 성분이 들어있어 마시는 물뿐만 아니라 사탕과 같은 다양한 식품과 화장품, 약품과 같은 공업에 쓰이고  있다. 약국 화장품 브랜드인 <VICHY>는 이 온천수를 이용해 스킨케어 화장품을 만든다. 또 pastilles de  Vichy(빠스티유)라고 하는 팔각형 모양의 흰색 박하사탕 또한 VICHY의 온천수를 이용해 만든 특제 상품이다. 단맛이 나면서도 입안이 화-해지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나도 많이 즐겨 먹었었다.


15가지 미네랄이 풍부한 VICHY 온천수로 개발된 스킨케어 브랜드 <VICHY> 와 박하사탕 pastilles



  VICHY의 특산물을 얘기하고 있자면 비시 패턴을 빼먹을 수 없다. 유행을 타지 않아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고 있는 이 패턴은 체크무늬 패턴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보통 흰색과 파스텔톤의 색상을 조합한 이 패턴은 VICHY의 관광상품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 패턴이 알고 보니 VICHY에서 나온 것이라니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새삼스럽게 놀라고 말았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파스텔 체크 무늬 패턴, 이것이 바로 Vichy pattern !



  마지막 VICHY의 명물, 시립 어학원 Cavilam(카빌람)이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이 어학원은 VICHY에서 지원하여 운영되는 프랑스어 어학원이다.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 교육을 목표로 설립된 Alliance Française(알리앙스 프랑세즈)의 공인을 받은 기관으로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몰려드는 어학원이다.


  여름방학 기간이면 몇 천명이 몰려들어 그 어느 때 보다도 생기가 넘친다. 나도 Cavilam에서 수학하며 프랑스어 실력을 발전시켰고, 많은 성취를 이뤘다. 열정 많은 선생님들, 친절한 문화행사 직원들, 전 세계에서 몰려든 다양한 피부색이 가득한 이 어학원 덕에 VICHY는 온천 휴양 도시에서 어학연수의 도시로도 발전할 수 있었다.


VICHY의 시립 어학원 CAVILAM






  이 작은 도시는,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적이고 국제적인 매력이 넘친다. 온천수에서 휴양 도시 그리고 어학원까지 다양한 발전을 꾀하며 사람을 홀리게 하는 곳, VICHY. 어느 때 찾아가든 단아하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6개월을 보내며 여름과 가을, 가장 찬란한 두 계절의 VICHY를 보았다.


  이 조용한 도시에서 별안간 터지는 폭죽 소리에 화들짝 잠이 깨기도, 너무 더운 여름을 보내며 쪄 죽어갈 뻔도, 타는 듯한 외로움에 집에 가기가 죽도록 싫기도 했다. 어쩌면 파리와는 많이 다를 수도 있는 프랑스 소도시 VICHY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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