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찾은 프랑스 소도시 VICHY
2022년 가을, 4년 만에 프랑스 소도시 VICHY를 다시 찾았다. 이곳에 다시 오다니, 만감이 교차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아팠던 스물네살의 절반을 보낸 이곳. 떠날 때에는 다시 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신혼여행지를 고민하다 유럽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신랑을 위해 프랑스로 결정했다. 파리 Paris에서 시작해 남부지방 Marseille 마르세유를 찍고, 내가 살았던 중부지방 VICHY 비시까지 둘러보는 11일간의 스파르타 신혼여행. 신랑에게 이런 일정이 괜찮겠냐고 수도 없이 확인했다.
하루면 충분한 작은 도시 VICHY, 그다지 변한 게 없는 이 작은 도시에 도착하니 왜 이리 안심이 되던지. 여전히 그대로인 시내를 둘러보고, 자주 갔던 알리에강 근처 공원을 걷고, 예전처럼 예쁜 조경에 감탄하고, 매일같이 다녔던 어학원에도 가보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수원지에서 온천수도 마시고. 4년 전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모든 것이 생소한 신랑에게 그때 그 기억을 살려 종알종알 설명해 주었다.
다만, 즐겨 찾던 빵집은 재단장을 해 처음에는 아예 없어진 줄 알았다. 클래식함이 녹아있던 이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세련된 모습에 쉽사리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이전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아주머니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조금씩 바뀌어 있는 모습에 4년이란 시간이 절대 짧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떠나고 나서 VICHY는 UNESCO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었고, 더 세련된 모습으로 시의 로고와 이미지를 바꾸었다. 그 덕에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이 북적이며 조용한 작은 도시를 채우고 있었다. 관광사무소도 재단장하여 더욱 깔끔해지고 여러 기념품 종류도 더 늘어난 모습이었다.
사는 것에만 급급했던 어학연수 시절에는 VICHY를 제대로 모르고 살았다. 좁은 시야로 자신밖에 보지 못했다. 여러 수난과 고난을 겪었던 프랑스 소도시 생활은 살아남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여행자로 둘러보니 여유와 느긋함이 넘치는 곳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찾은 이곳에서 나는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일부러 숙박도 호텔이 아닌, 내가 살았던 아파트 Residence Astoria에서 했다. 꼭 다시 이 아파트에 가보고 싶어 에어비앤비를 찾아 예약했다. 비록 내가 살았던 방은 아니었지만 같은 층의 루프탑이 딸려 있던 아늑한 방이었다.
나는 6개월간 살았던 그 방 앞에 가보았다. 이곳에서 울고 웃으며 내 인생 가장 혹독한 여름과 가을을 보냈다. 떠날 때 프랑스에서 힘들었던 그 모든 기억, 아련했던 추억이 이 작은 방에 남아있다. 다시는 열어볼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스물네살이 여기 있었다.
다음날이 되어 다시금 짐을 꾸리고 VICHY역에서 떠나는 기차를 탔다. 어학연수 시절, 언제나 다시 VICHY로 돌아왔던 기억이 스쳤다. VICHY역에만 도착해도 마음이 놓이고 긴장이 풀렸었다. 이곳이 집이고, 고향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곳에 뭔가 남겨놓고 온 듯한 찜찜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내가 놓고 온 것은 나의 열정, 나의 치열함, 나의 찬란한 젊음이었다. ‘이제 이곳을 완전히 털어냈겠지?’하는 마음도 잠시, 나는 또다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이상한 마력이 있는 프랑스 소도시 VICHY를 다시 찾고 싶었다. 이젠 부정할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나는 언제든 다시 찾을 것이다.
나의 프랑스 고향, 소도시 VICHY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