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느끼는 젊음과 나이듦, 그리고 그 가운데 나
마흔 넘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선택한 운동이 수영이다. 나이 들어 무릎에 무리가 안 가는 운동이니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몸짓으로 접영 하는 할머니를 영접하고 나도 그녀처럼 할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수영 가방을 챙긴다. 나이를 가름하며 시작하게 된 수영. 나이듦으로 내 주변 사람들을 읽어본다.
부럽다. 젊음이 이쁨이다
젊음이 다했다. 중급반 2번째 레인에 예쁜 자매 회원님들이 승급되어 왔다. 아줌마, 아저씨들 사이에 낀 젊은이들을 보니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 '아! 눈부셔 그녀들의 후광!' 그래서 그런가 그녀들이 입은 수영복도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유심히 살피고는 나도 같은 수영복을 샀다. 어차피 난 월수금 반도 다니니 그녀들이 오는 화목 반만 피해 입으면 될 성싶었다. 앗! 이런! 아뿔싸.. 나이듦이 젊음을 따라 하려니 에러다. 진짜 에러가 났다. 무엇을 잘못 봤는지 같은 걸 산다고 샀는데 다른 디자인이다. '젠장! 나이 드니 눈도 삐꾸가 되었나!' 어차피 수영복 패턴과 색상이 비슷하니 이쁜 걸로 하자. 결국에는 다른 수영복을 샀고 그녀들이 오는 화목 반에 입어도 무방하다. 지금도 잘 입고 다닌다. 이쁜 젊은이들이 입으니 이쁜 수영복이지만 글쎄 중년 아줌마가 입은 수영복이 이쁠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수영복은 기세다. 그냥 입고 다닌다. 이쁜 걸로 치자!
노련미는 없지만 꾸준함
오래 다니다 보니 같은 반은 아니지만 인사를 주고받는 어르신이 있다. 나처럼 월화수목금 매일 나오신다. 그분보다 젊은 나도 평일 매일 수영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나보다 한참 어르신인 분이 부지런히 매일 나오시고 매일 나와 인사를 나눈다. 최북단에 있는 우리 동네에 최강한파가 닥쳤다는 뉴스를 본 날에도, 소낙비가 오는 한여름 날에도 그분과 나는 늘 인사를 한다. 별게 없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드리면 “안녕하세요~”하신다. 때론 “정말 춥죠?”, “비가 참 많이 와요”하고 후렴구가 붙지만 속뜻은 “이 날씨에 너도 나왔니? 나도 나왔어. 우린 참 대단하다. 수영 잘하고 가! 힘내!” 하는 서로에 대한 대견함과 응원일 거다. 남녀노소 새해 다짐에 꼭 운동을 손꼽는다. 나의 경우 운동도 엉덩이로 하는 것 같다. 실력이 일취월장 늘어야 할 것 같고 그 정도 다녔으면 물속에서 돌고래 마냥 날아다녀야 할 것 같지만 내 실력을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만 꾸준히 다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어르신처럼
나이듦이 곧 노쇠함 일까?
옆 레인에서 날고뛰는 상급자 분들을 보면 꽤 어르신들이 많다. 내 나이 마흔 중반이니 그 이상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다. 내가 다니는 저녁 8시 타임은 일을 마치고 오시는 분들이 꽤 많다. 자영업이신 분들도 있고 정년을 앞두고 계신 분들도 있다. 화목 반을 같이 다니는 어르신, 아니 왕언니라고 해야 할까?! 순간 고민하게 만드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육공무원 초동안 왕언니가 계신데 참 열심히 다니신다. 본인은 발차기가 안 된다고 화목 강습 외 월수금 자유수영에도 나와서 열심히 물질을 하신다. 참방참방 글라이딩도 잘하시고 사이드 턴을 배우실 때도 적극적이시다. 접영도 폼이 남다르다. 왕언니 말고도 딱 붙는 형광색 삼각 수영복을 입고 시원시원하게 접영을 날리시는 아저씨도 계신데 보고 있노라면 그분에게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그 연배에 핑크와 연두색 형광 수영복도 남다른 데다 상급반에서 매일 끝 레인 초초 상급반에 계시니 그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다. 나이 드신 분들이 수영장에 가면 아쿠아로빅이나 물속 걷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실상은 기량이 뛰어나신 분들이 많다. 초급반에도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이 새롭게 수영을 배우기 위해 킥판을 잡고 연습 중이다. 앉아서 하는 배움도 쉽지 않은데 몸을 써서 하는 배움에 도전 중인 어르신들을 뵈면 존경스럽다. 나도 나이 들수록 몸 아프다고 앓는 소리 하는 대신 무언가 하나라도 배워야겠다 생각이 든다.
우리 수영장 어르신들을 뵈면 나이듦이 곧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는 노쇠함은 아닌 것 같다. 하루하루 작은 일상이지만 도전하고 성취하고 나아가는 나이듦 이면 생동감 넘치는 젊음이다. 나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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