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장래희망은 글로 밥 벌어먹는 작가입니다.
오늘도 눈을 떴다. 출근하지 않는 일상은 지루하고 무료하기 짝이 없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데드라인도 없고 무언가 만들어내야 할 의무와 책임도 없으며 또한 스트레스도 없다. 월급도 없으면서 옛 월급날에 맞추어 따박따박 나가는 카드 값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삶, 회사생활 이후의 삶은 지극히 안빈낙도하며 태평천하를 누리는 일상이다. 지금의 일상은 과거 회사 생활인으로서 꿈꿨던 삶이요 마침내 쟁취한 일상임은 틀림없다. 다만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일상은 지극히 소소한 하루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삼시세끼 밥 먹고 출근하면 크건 작건 사건사고 다반사요 자의든 타의든 결과물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는 보고서, 알록달록 인쇄물, 행사 관련 모바일/웹페이지, 귀여운 사은품 등 제작물들이 만들어져 나온다. 그런 과정 속에서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과 기쁨을 보상받았다. 물론 매달 거르지 않고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도 꿀이었다.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 집안일
회사 이후의 삶은 스스로 꿀단지를 만들어야 하고 성취감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내가 자의적으로 찾아야 한다. 누군가 나에게 ‘넌 가정주부잖아. 집안일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하지만 그 일은 나에게 도파민이 분비되는 일이 아니다. 물론 가사일을 함으로써 사회 기본 구성단위인 가정의 안정과 안위를 도모한다지만 나에게 기쁨과 성취감을 주는 일은 아니다. 빨래~끝! 하고 외치면 또다시 입고 벗는 옷들로 빨래 바구니는 가득 차고 설거지 역시 끝 하고 외침과 동시에 물컵이나 밥그릇들이 싱크대에 놓인다. 끝났다는 기쁨도 잠시 뿐이고 10분하던 설거지를 5분 단축했다고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것도 아니다. 앞치마에 튀기는 물만 많아질 뿐이다. 물론 가사일에 타고났거나 진정으로 삶에 활력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매일 죽을힘을 다해 바위를 올려놓으면 이내 다시 굴러 떨어지는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나에게 집안일은 해놓으면 허망하기 짝이 없는 힘만 빼는 무료한 쳇바퀴 일뿐이다.
도파민이 분비되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다시 회사생활로 돌아가고 싶단 말은 절대 아니다. 감당하기 힘들었던 스트레스는 월급도 필요 없고 기쁨과 성취감도 말살해 버렸다. 또한 회사를 그만두고도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지금의 경제적 여건에 한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쓰고 보니 먹고살만하니 나오는 배부른 소리라고도 하겠다. 사무직으로 일하다 특별할 것 없이 회사 밖으로 나온 벌거숭이로서 집을 중심으로 한 평범한 일상을 온전이 살아내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불혹은 넘긴 아줌마도 외쳐봅니다! “나의 장래희망은 ~”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하루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선 시시한 일상을 시시하지 않게 보내는 기술, 평범한 일상이지만 평범하지 않게 보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지금 당장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담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야 별다를 것 없는 하루가 풍요로워지고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먹고살기 바빠 잃어버렸던 질문. "장래희망이 뭐예요?" 장래희망은 초등학생에게만 묻는 질문이 아니다. 불혹을 넘긴 아줌마에게도 유효한 질문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꿈을 꾸고 그것을 위해 기술을 연마하는 일상은 풍요롭다. 비록 그 기술이 서툴러 순간순간 절망할지라도 말이다.
글 쓰며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되든 안 되든 그래도 꿈은 꿀 수 있잖아
나의 장래희망은 글을 쓰는 작가이며 그 기술은 책 읽기와 쓰기다. 쓰기 위해 읽어야 하고 읽으며 쓸 거리를 찾는다. 글을 쓰다 보면 나의 필력에 놀라곤 한다. 이렇게나 못 쓸 줄이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한줄한줄 쓰여 내려간 글들이 부끄럽다. 어떤 주제를 쓸지 어떤 소재를 다룰지, 그리고 선택된 글감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줘 부끄럽기 짝이 없다. 표현력도 부족해 단조롭고 리듬감이 없으며 긴 글을 쓰다 보면 다른 주제 글쓰기가 된다. 지우고 쓰길 매일 반복한다. 이걸로 앞으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마음이 정한 것은 해야 한다. 그게 내 일상이며 내가 꿈꾸는 미래이기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루하루 충실히 써내려 가야 한다. 이렇게 밥을 짓든 글을 짓다 보면 오늘은 빛나지 않을지라도 잔근육들이 모여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나오리라 희망한다. 설령 그것이 누군가의 냄비 받침대로 쓰일지라도.
다시 한번 외쳐본다.
"제 장래희망은 글로 밥 벌어먹는 작가입니다."
물론 "접영 잘하는 할머니도 있어요~!"
밥벌이 글쓰기를 꿈꾸며 매일 글쓰기를 새해 다짐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네요.
잠시 멈춤하고 새로운 글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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