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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타고 오타루

오타루 여행 ep.2 배 위에서 바라본 오타루의 흥망성쇠

by 사이

오타루 여행 ep.1 겨울의 오타루 : 오르골당 & 르타오 에 이은 글입니다.




영원히 흥한 것도 영원히 쇠한 것도 없다

어쩌다 보니 2번째 삿포로 여행에서 24만 원짜리 JR패스를 끊어 기차를 더 타야 손해보지 않는 것 같아 기차로 제일 가깝게 갈 수 있는 오타루를 그냥 또 갔다. 겨울 끝 무렵 갔던 지난 여행에서 못 탄 운하 크루즈를 이번에는 제일 먼저 예약하고 남은 시간은 그곳의 명물 ‘르타오’(거꾸로 하면 오타루)에서 달달한 초콜릿과 커피를 마시며 크루즈 탈 시간을 기다린다.


5월 골든위크를 빗긴 삿포로는 연일 맑음이다


두 번째 오타루 여행의 주인공은 ‘크루즈’다. 20명 남짓 타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배를 크루즈 란다. 타기 전 이어폰을 나누어 주는데 서비스의 세심함에 다시 한번 놀란다.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로 운하 곳곳을 설명해 준다. 비록 사전에 녹음된 것이지만 현지 가이드의 설명과 동시 녹음인양 딱 맞아떨어진다. 흔히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딱 맞는 말이다. 지난번 몰랐던 오타루의 흥망성쇠를 운하 옆에 위치한 옛 건축물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바다 근처 탄광, 무역, 어획량이 많아 크게 번성했던 항구도시. 큰돈이 흘러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은행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게 되고 은행들은 건물 자체를 홍보물 삼아 더 커 보이게 짓곤 더 많은 돈을 유치하려 했단다. 당시 기술로 2층을 못 지으니 1층 건물이지만 마치 2층 건물인양 지어진 건물이라 설명한다. ‘그래서 아까 지나는 길에 옛 은행들이 많았구나.’


언제나 그렇듯 뭐든 영원한 것이 없다. 시간은 흘러 광산은 없어지고 무역량, 어획량도 현격히 줄어 쇠락하는데 앞날을 모르고 확장했던 운하는 무용지물. 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매립해야 할 위기. 시와 주민들의 10여 년간 논의 끝에 일부를 매립해 지금의 모습으로 훌륭한 관광상품이 되었다. 필요해서 지었지만 쓸모 없어지고 그 무쓸모가 다시 도시를 살리니 인생사 새옹지마다. ‘운은 행운과 불운으로 옷을 바꿔 가며 오는구나.’


배 위에 앉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오타루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끄덕. 제법 진지하게 역사 공부를 한양 기분이 좋다. ‘바람도 좋고 햇살도 좋고 몰랐던 걸 알아서 좋고! 좋고 좋은 날이네!’


지난번 오타루의 첫인상, ‘아기자기 소품 구경은 한 번으로 족해’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디저트’의 도시, 오타루. 심드렁하게 왔는데 춥지도 덥지도 않은 상쾌한 날씨와 운하를 가르는 크루즈, 오타루의 흥망성쇠 역사를 조금이나마 맛보니 ‘오타루의 재발견’이다. 다음에는 하룻밤 머물면서 늦은 밤 가스등이 켜진 오타루 운하를 보러 올까?! 넥스트 오타루가 기대가 된다.



운하를 따라 제법 멀리 간다. 가이드 설명을 듣다 보면 탁 트인 바다에 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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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선진 기술과 획기적인 구조로 만들어진 통조림 공장 건물과 선창장 근처 오타루 맥주 양조장 건물
파란 하늘 아래 빨간 건물과 주변의 초록잎들, 그와 대비되는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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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는 르타오지, 언제나 사람으로 붐비는 르타오 앞, 르타오 전망대에서 바라본 맑은 하늘 아래 르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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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기로 유명한 홋카이도 멜론, 깜찍한 미피, 집으로 가져온 우리 가족 젓가락 받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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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에 오니 호빵맨에게 인사하는 꼬마 아가씨와 교복 입은 푸릇한 학생들을 보게 된다.
과거 오타루에 이렇게나 은행들이 많았다. 건물들도 석조로 으리으리 잘 지어놓았다.
길 가다 마주한 반짝반짝 무지개, 이번 오타루 여행도 반짝반짝





오타루의 흥망성쇠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었던 크루즈

https://maps.app.goo.gl/NpDVCfP5HmFrY95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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