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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시작은 징기스칸

[삿포로] 다루마 4.4 - 삿포로 대표주자 그러나 아쉽다

by 사이

파란 하늘 흰 구름.

볼에 스치는 시원한 바람.

사뿐사뿐 낭창낭창 거닐며 산책하기 좋은 날.


지글지글 엎치락뒤치락 뜨거운 불판 위를 휘졌는 나.

붉은 한점 칙-! 칙-! 한번 굽고 뒤집어 딱 2번 굽어지는 고기.




이른 아침 맑은 하늘 아래 지글지글 그 이름도 위대한 징기스칸을 먹으러 간다.

징~! 징~! 징기스칸!


아침에도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나’지만 아침 댓바람부터 온몸에 베일 고기 냄새! 그것도 호불호에서 불호가 강한 양고기를 대낮부터 먹는 건 큰 모험이다. 떠나기 마지막날, 수프카레 먹고 커피 마시느라 정작 삿포로의 명물이라는 징기스칸을 먹지 못했다. 풀지 못한 숙제 마냥 MUST EAT 해야 할 징기스칸. 늦잠 자고 일어나 이른 점심을 징기스칸으로 정하고 서칭을 해본다. 징기스칸 집은 대부분 스스키노에 위치해 있고, 그리고 대부분 늦은 오후 5시에나 영업을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자 하는 강한 의지는 구글 지도 위 빼곡히 곶힌 깃발(가고 싶은 곳 이정표) 사이를 비집고 기어이 낮시간 영업하는 징기스칸 집을 찾아 내고야 말았다.


오전 11시 40분에 오픈하는 다루마 4.4. 다루마 본점, 다루마 5.5, 다루마 6.4, 다루마 7.4 뒤에 붙은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간판에 민머리 턱수염 아저씨 캐릭터가 동일하게 얹혀 있으니 모두 같은 집. 삿포로에서 가장 대표적인 징기스칸 가게인 데다 늘 만원이라 여러 차례 시도해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그래서 늘 차선이었던 타 지역 아사히카와와 하코다테에서 맛봤다. '비수기인 데다 대낮부터 줄 서진 않겠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픈런한 다루마 4.4. 이곳은 스스키노 위스키 니카상이 있는 메인 사거리, 메가돈키호테 맞은편 후미진 골목에 자리해 (탈취제를 왕창 뿌리고) 식후 걸으며 쇼핑하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드르륵- 문을 열고 혼자 입장한다. 넓디넓은 자리 한쪽 구석에 4인 가족이 오손도손 이미 굽고 계시고 한 칸(1인용 의자) 띄고 중년 아저씨 한 분이 고기 한 점에 김치 한점 얹어 드시고 계신다. “이랏샤이마세!” ‘애덤(Adam/명찰)’이 인사한다. 쌍꺼풀이 예쁜 눈 큰 외국인 청년. 그 앞에 양파 써는 친구도 외국인, 숯불을 가져다주는 친구도 외국인이다. 낮시간대 숯불 지피고 나르는 일이 힘들어서 인지 일하는 친구들이 모두 외국인이다. ‘세 명이 친구라 같이 취직한 건가?!’ 아무튼 애덤이 센스 없게 4인 가족과 중년아저씨 사이 끼인 의자에 나를 앉힌다. ‘사람도 없는데 굳이 이곳에… 흠치 뿡인걸!’ 넓게 봐줘야 50cm나 될 듯 싶다. 그러나 10분도 채 되지 않아 ‘센스 없는 애덤’이 아니라 ‘일머리 있는 애덤'임을 알게 됐다. 간발의 차이로 홀은 만석이 되었고 내 바로 뒷자리에 대기석까지 발생했다. 나처럼 대낮부터 징기스칸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러니 낮에 가더라도, 설령 비수기 시즌이라도 예약을 안 했다면 오픈런하시길! 여행자의 시간은 돈이니 줄 서서 돈 뿌리지 마시길 바란다.


삿포로에서의 징기스칸은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반해 그 맛이 훌륭하지 않다. 잘 먹고 와서 갑자기 난데없이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여기서 내가 말하는 ‘접근성’은 내가 먹고 싶을 때 쉽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오픈런 또는 반드시 예약해야 하는 삿포로 보다 타 지역에서 예약 없이도 충분히 신선한 징기스칸을 맛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경험한 삿포로의 2곳이 내가 갔던 '아사히카와'과 '하코다테' 징기스칸 ([징기스칸] 삿포로 말고 하코다테) 보다 못하다. 살 얼음 동동 맥주잔이 아니 여서 그런지 눈 내리는 전차 풍경을 담고 있지 않아서 인지 그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제 경험입니다. 운 좋게 오픈런하게 된 첫 삿포로 징기스칸 집은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태워먹고 많은 연기를 들이켜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아사히카와와 하코다테의 한산하고 맛있었던 징기스칸을 경험하니 2번째 삿포로 징기스칸은 애석하게도 타 지역과 비교해 상당히 아쉽다. 이곳을 줄 서서 먹었다면 내 시간이 정말 아까웠을 것 같다.


낮부터 징기스칸을 먹을 대단한 용기로 오픈런까지 했지만 ‘글쎄’인 맛.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낮에 먹고 싶다면 딱히 대안은 없다. 낮영업을 하는 거의 유일한 징기스칸 가게다. 아쉽더라도 대낮에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지글거리는 징기스칸을 먹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라면 어쩔 수 없이 추천하겠다.


뜨거운 숯불 불 판을 앞에 두고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며 (자리가 비좁다) 모두 다 함께 지글지글 양고기를 굽는 다루마 4.4의 우리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낮에 꼭 징기스칸을 먹어야 했던 ‘아쉬웠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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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잡고 우리 모두는 대낮부터 지글지글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징~ 징~ 징기스칸!





거의 유일하게 낮게 먹을 수 있는 징기스칸

https://maps.app.goo.gl/YjzBB8uR7SRnthy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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