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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ul 05. 2024

부러움 - 누군 했고 누군 안 했고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데 치맛자락이라도 붙들고 같이 가고 싶다

오래전부터 기웃하는 블로거가 있다. 영어를 공부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소스를 찾다가 알게 된 그녀.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다. 당시 미라클모닝 키워드가 뜨거웠던 연말연초라 그녀의 사생활이 궁금했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무엇을 하는지 염탐하기 시작했다. 영어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하루를 바삐 시작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디프로필을 찍겠다는 결심과 함께 그 여정이 담긴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는 해냈다. 무언가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결심을 선언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적어 내려갔다. 또 어떤 날은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운동하며 기록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집이 만들어졌다.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녀는 무언가를 하고 기록하고 그 기록이 책으로 만들어졌다. 같은 시간을 보내는 나는 그 과정을 고스란히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관람하고 있었다. 마치 예능처럼 말이다. 


그녀는 기록했고 난 안 했고


당시 회사생활이 곤욕스러워 그녀의 글을 보며 힘을 얻곤 했다. 4시 30분. 이른 새벽은 아니지만 나 역시 가족이 잠든 시간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명상하고 짧은 요가로 고단한 몸을 깨웠다. 그리고 고요히 베란다에 앉아 책을 읽으며 다른 형태로 나의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형태이지만 가족이 일어나지 않는 시간에 자신만의 의식대로 하루를 열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회사에 출근하는 그녀의 일상이 나와 닮아있어 그녀의 글이 반가웠고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자신만의 책을 갖고 누군가는 회사를 나오는 것으로 일단락이 됐다. 책을 낸 건 그녀고 회사를 나오건 나다. 이렇게 놓고 보니 참으로 그녀의 근성이 부럽고 질투가 난다. 삶은 드라마틱한 반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냥 무료하고 힘든 일상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그만의 역사가 될 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것을 기록하고 그것을 나눔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는 것 같다. 그녀처럼 말이다.


그녀를 지웠다가 다시 들추었다


질투였을까 아니면 회사를 졸업함과 동시에 더 이상 무언가로부터 위로받지 않아도 되는 충만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였을까 어느 날부터 그녀의 일상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의 일상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문득 그녀 생각이 났다. 책을 출간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던 그녀였는데 그녀 역시 회사를 그만두었을까?! 그녀의 블로그를 찾아 들어가 봤다. 그녀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여전히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운동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어디까지나 내 관점에서 말이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운동이 세분화되고 깊어지고 있었다. 바디 프로필을 위해 시작했던 근력 운동이 달리기로 바뀌고 달리기는 마라톤으로 진화했다. 하프에서 풀코스로, 풀코스는 어느덧 철인 3종 경기로 발전하고 확장되고 있었다. 그녀는 샘이 나도록 멋지게 잘 살고 있었다. 질투 나는 만큼 그녀가 잘 되길 희망하고 응원한다. 그리고 부러운 만큼 나의 일상도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녀처럼 내 일상도 기록되고 나눔으로써 새로워 지길 희망해 본다


요즘 그녀의 일상을 가끔 산책한다. 제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 옆에 있으면 덩달아 자극을 받는다. 나 역시 그녀처럼 관심을 두던 것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많이 서툴고 투박하다. 때론 흰 백지 위에 활자가 갈팡질팡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두서없이 유치 찬란하게 써내려 가다가도 어떤 날은 그런 글조차 쓰질 못해 커서만 깜박깜박 거린다. 그렇다고 조바심이 나진 않는다. 언젠간 써지겠지, 미흡하지만 글 마무리는 지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한 땀 한 땀 내 글을 짓고 있다. 이렇게 글쓰기를 목적으로 온전히 엉덩이 붙이고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내 평범한 일상도 기록되고 나눔으로써 새로운 일상으로 다시 창조되길 희망한다. 그녀처럼.


그녀, 최수희 작가 '마흔, 체력이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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