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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ul 24. 2024

회사 인간관계 1 - 애달파하지 말길

다섯 손가락도 안 되는 인연

‘다섯 손가락을 쫙 펴봐! 회사를 나오고 만나는 사람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 아직 회사를 나오지 않은 친구가 회사사람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 해준 말이다. 회사를 나오고 내 인생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다섯도 안돼.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라고. 틀어지면 틀어진 대로 그대로 두라고. 상황을, 그 사람과의 관계를 좀 더 나아지게 하려고 애쓰며 불편한 사람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한다. 어차피 긴 인생에 잠시 스쳐 지나갈 사람들이고 그들 역시 나란 존재를 나 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아니니 그냥 지나치라고 한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벗어나 홀로 보냈던 회사 점심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회사 사람들과 보냈다. 함께 먹은 밥그릇 수도 어른 되고 부모님과 먹은 밥그릇 수보다 많다. 다만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집단은 늘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직장인들의 유일한 낙이라는 점심시간도 누군가는 상급자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자리고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이며 때론 힘겨루기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설령 내가 의도를 가지고 있든 아니든 그렇게 읽힌다.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혼자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회사사람들이 오지 않는 식당에 혼자 앉아 창 밖 자연풍경을 보며 먹는 게 회사생활의 유일한 낙이 되었다. 함께 먹으며 오가는 말들 속에서 상처받지 않아도 되고 생각을 곱씹을 필요도 없다. 내가 씹고 있는 건 맛있는 밥알이요, 내가 보는 건 일그러진 얼굴이 아닌 푸른 하늘과 초록 빛깔 나무들이다. 혼자 밥을 편히 먹고 벚꽃 길을 산책하거나 단풍잎을 감상했다. 소풍 나가듯 점심시간을 고요히 그렇게 혼자 보냈다. 오전에 힘 빠졌던 회의도, 오후에 있을 발주 건도 뒤로 하고 발끝에 온전히 나를 싣고 앞으로 앞으로 걷는 그 시간을 즐겼다. 혼자 먹는 게 외로워 누군가와 약속을 굳이 잡지 않았다. 회사를 나오기까지 혼자 먹는 점심을 즐겼고 지금도 혼밥을 즐긴다.


그저 나와 안 맞았을 뿐, 좋고 나쁨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다만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굳이 타인을 비난할 것도 없고 섭섭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다. 나와 맞지 않은 사람도 나처럼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 다만 우린 서로 맞지 않을 뿐이다. 이번 기회에 그 사실을 알았으니 다시 만나지 맙시다.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다. 그 사람이 떠나든 내가 떠나든 대부분의 관계는 2~3년 안에 끝난다. 타 부서로 발령이 나든 이직을 하든 유효한 관계이니 끝을 보고 버틴다. 내편으로 만들려고 애쓰며 나를 태우지 말길. 차라리 그 시간에 나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하는 게 나으리라.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더 나아가 회사 밖 인생을 어떻게 살지 생각하는 게 더 유익하다. 회사는 언젠가 끝난다. 영화처럼. 투비컨티뉴(To be continued)도 있겠지만 결국에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남는 건 다섯 손가락에도 꼽히지 않는 친애하는 관계만 남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내 편인 것처럼 있지만 사사로운 이익에 따라 라인을 바꿔 타기도 하고 침묵할 사람들이다. 그러니 굳이 애쓰지 말길.


소설가 김영하 작가의 <말하다> 속 친구에 관한 글이다. '마흔이 넘어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너무 시간을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 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중략>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김영하 작가의 글을 빌어 하고 싶은 말은 친구도 아닌 이익집단인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겠는가?! 그러니 회사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너무 애달파하지 말길 바란다. 어차피 지나갈 사람들이다. 회사를 나오면 이래나 저래나 안 볼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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