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노-비에이 투어 ep6 : 세븐스타, 켄과 메리, 크리스마스의 나무
후라로-비에이 투어 ep5. [청의 호수] 계절 따라 다른 물빛 에 이은 글입니다.
드높은 산, 드넓은 들녘의 신영의 언덕
탁 뜨인 들판을 시원하게 마주할 수 있는 작은 언덕배기. 오픈카로 한적한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다 잠시 멈춰 서서 이마에 손 얻고 저 멀리 초원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는 곳. 이곳에 서서 푸르게 일렁이는 들판과 노랗게 영근 곡식, 추수가 끝난 들녘을 한눈에 담는다. 서 있는 것 만으로 힐링이다.
패치워크 로드에서 만난 나무들
첫 후라노-비에이 일일투어에서 만난 나무들. 1976년 세븐스타 담배광고에 등장하는 나무여서 이름 붙여진 세븐스타 나무. 이 오크나무는 듬직하니 허허벌판에 우뚝 서있다. 그런데 이 나무보다 지척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줄지어서 있는 자작나무들이 더 인기다. 이 나무들은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는 들녘 위에 멋지게 폼을 잡고 있다. 이어 엄마와 아빠 사이에 아이가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오야코 나무. 찻길에서 멀리 위치해 있어 지나가는 차창 밖으로 바라본다. 그곳을 지나 닛산 자동차 ‘사랑의 스카이라인’ 광고 속 주인공 이름을 딴 ‘켄과 메리의 나무’. 노랫말처럼 31m나 되는 미루나무 위로 조각구름이 걸려있다. 그리고 좀 더 가서 마지막으로 만난 크리스마스트리 나무. 우리가 상상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똑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흰 눈밭에 한 그루 서 있는 모습이 고고하기 짝이 없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위에서 나무를 집었다, 아래에서 손바닥으로 나무를 받쳤다,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반원을 만들어 나무를 잡는 포즈를 취했다. 다들 나무를 즐기는 방법은 비슷비슷하다.
나무 투어는 그 나무가 진귀하고 아름다워서 찾기보단 나무를 둘러싼 탁 트인 경관이 사람들을 그곳으로 이끈다. 높낮이를 달리하는 구릉지대와 그곳을 뒤덮은 형형색색의 들녘. 아주 잘 짜진 직물처럼 정갈하고 단정하다. 그리고 그 능선 너머로 펼쳐지는 흰 구름을 품은 파란 하늘, 때론 노랗고 빨간 보랏빛 노을이 이곳을 찾는 이유이지 싶다.
삿포로를 가보기 전 내게 삿포로는 여름철 파란 하늘 아래 알록달록 조각보 꽃밭이었고 겨울에는 새하얀 눈밭에 홀로 고고히 서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나무였다. 가보지 못한 곳, 사진 몇 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삿포로는 늘 내게 버킷리스트였다. 회사 졸업 후 자유로워진 일정으로 삿포로를 방문하니 내 기억 속 장소는 삿포로가 아닌 차로 2시간 남짓 가는 후라노-비에이 지역이었고 내가 어디선가 봤던 그 사진들은 풍경 사진작가 마에다 마조가 찍은 사진들이었다. 이것 역시 후라노-비에이 투어에서 방문한 탁신관에서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내어 유명세를 타고 아들에서 그 아들로 3대에 걸쳐 반세기 동안 후라노-비에이의 멋진 풍경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삿포로 도심을 벗어난 시골여행은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여유 있게 비에이에 머물며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다면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후라노-비에이 일일투어가 제격이다. 기차에서 버스로 환승하지 않아도 되고 다음 차를 기다릴 필요도 없어 짧은 일정에 안성맞춤이다. 첫 후라노-비에이 투어에서 가이드의 첫마디. ‘오늘 여행은 사진 찍는 여행입니다.’ 역사적 배경지식을 이해하는 유적지 관광도 아니고 뭔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체험형 관광도 아닌 사진 찍는 여행. 맞네, 그렇지! 내가 이곳에 가고 싶었던 것도 사진이었으니깐. 명화 같은 아름다운 파노라마 뷰도 감상하고 그 속에서 예쁜 사진도 찍고. 많이 걷지 않아 덜 힘들고 하루 종일 눈이 호강하는 여행! 후라노-비에이 일일투어는 일정이 짧은 여행자에게 탁월한 선택이다.
일일투어에 대한 생각
일일투어는 먼 거리에 있는 작은 소도시, 특히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곳을 다니기에 참 좋다.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기에 여행경비 단가도 낮아지고 전문 가이드가 지역 컨디션에 따라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기에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지역을 효율적으로 다닐 수 있어 만족할 만한 여행이다. 버스에 머무는 시간에는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삿포로 지역 맛집과 쇼핑 리스트를 알려줘 여행 초반에 투어 일정을 잡으면 이후 일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다만 비에이 투어는 가이드 말마따나 먼 거리 ‘사진 찍기’ 관광이다. 그만큼 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버스여행이 어려운 분들에겐 권하지 않는다.
* 일일투어는 여행 초반에 하고 정보 수집하기
* 긴 버스여행이 어려운 분들은 비추
* 특정 지역을 오래 머물고 싶다면 그 지역에 숙박하며 머물기
* 자유여행과 단체관광을 믹스하고 싶다면 반일 뷰 투어 추천
후라노-비에이 자유여행 계획 참고 - 디테일한 정보에 감탄
https://blog.naver.com/tripellet/223161288424
덕분에 알게 된 반일 뷰투어
https://www.biei-hokkaido.jp/ja/
탁 트인 들녘이 멋진 '신영의 언덕'
https://maps.app.goo.gl/mSuCShfypgawMCBt9
광고에 나왔다고 하니 나도 찍어본다 '켄과 메리의 나무'
https://maps.app.goo.gl/meb9XGzT3yY9k9Hf8
이름을 잘 지었네 했던 '세븐스타 나무'
https://maps.app.goo.gl/iKXrjgL7wPB6DLSx8
딱 엽서 그대로의 모습 '크리스마스 나무'
https://maps.app.goo.gl/9hDGdZdmeNtyrva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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