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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Dec 25. 2024

[아사히카와] 동물원 옆 카페

아사히카와 산책 ep2. 아사히야마 동물 + 생푸딩 카페

 아사히카와 산책 ep2. 눈 맞지 않는 숙소 + 아사히야마 동물원 에 이은 글입니다.



산책하는  펭귄 보다 카페인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곳 명성은 여전하다. 이른 아침 호텔 조식을 먹지 않고 출발했음에도 버스는 만원이요, 저녁부터 내린 눈은 여전히 소복이 쌓여만 가는데 이곳으로 향하는 행렬은 이어지고 버스 기사는 하얀 눈밭을 맹렬히 달린다. 알고 보니 펭귄 산책 시간에 맞춰 승객들을 내려주려고 열심히 달리셨던 모양이다. 난 그것도 모르고 펭귄 산책보다 이른 아침 시간부터 부산스레 움직여 카페인이 몹시도 그리웠다. 지척에서 산책하는 펭귄들을 뒤로하고 동물원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를 찾아 나섰다.


동물원으로 향하는 길(左) / 눈발이 점점 거세지는 차창밖 풍경 (右)
펭귄 산책을 보여주기 위해 눈길을 맹렬히 달리신 버스 기사님 (左) / 아침 일찍 동물원 구경 온 아이 (右)
구글맵을 켜 가까운 카페로 향한다. 흰 설원에 길을 구분하기 어렵다. 가정집 같은 곳이 카페. 이정표가 없었다면 못 알아 볼 뻔!




버스가 올라온 비탈진 흰 눈밭을 함박눈 맞아가며 미끄럼 타듯 내려가 눈 속에 콕 파묻힌 카페를 헤집고 들어간다. 참 다행이다. 동물원에서 가깝고 이른 시간에 오픈해 따뜻한 온기로 손님을 맞이해 주는 카페를 엉덩방아 한번 안 찧고 당도했다. 내가 첫 손님인 듯하다. 동물원을 가려 이곳에 왔으나 우선 커피부터 마셔야겠다. 잠들었던 의식을 깨우는 따뜻한 커피는 잠들어 있던 식욕도 일으켜 세워 달달한 탄수화물을 연이어 부른다. 이곳 인기 메뉴, 생푸딩은 놓치지 않고 먹어야겠고 하몽을 살포시 덮고 있는 샐러드를 곁들인 프렌치토스트는 공복을 달래기에 딱이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입 안에서 사르르 눈 녹듯 녹아내리는 푸딩을 먹으니 달달한 하루가 시작된다. 아무 이유 없이 오늘 하루가 사랑스럽다. 의자에 앉아 커피 한 모금 머금고 어깨 높이만큼 쌓인 창밖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일평생 볼 눈을 이곳에서 다 보는 것 같다. 동물원에 온 것인지 카페를 찾아온 것인지 모를 오늘의 일정. 흰 눈 속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달달한 프렌치토스트로 시작하는 하루라면 이것으로 마무리해도 족하다. 


커피는 역시 일리! (左) / 푸딩과 커피의 달달한 조합 (中) / 연이어 나온 하몽 얹힌 프렌치토스트 (右)
카페 주변은 온통 흰 눈으로 뒤덮혀 있다. 이 곳 사람들은 일상이요 불편함 이겠지만 그 날 내겐 낭만이었다.




펭균은 산책을 하고 물곰과 하마는 유영하는 아사히카와 동물원


따뜻한 카페 안에서 카페인을 충전하고 다시 눈길을 뚫고 본래의 목적지 동물원으로 들어가 본다. 이렇게 많은 눈이 오면 동물원을 닫아야 할 듯싶은데 눈이 관광자원인 이곳에선 눈밭 위에서 흰 눈 맞아가며 펭귄과 산책한다. 물론 나는 커피와 맞바꿨다. 머리 위로 헤엄치는 펭귄 아랫배를 유심히 볼 수 있고 펭귄이 입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바다표범과 입맞춤할 수 있다. 어린아이의 손짓에 바다표범은 연신 재롱을 부린다. 요 녀석은 기다란 유선형 몸통으로 물을 잘도 타고 넘는다. 접영 할 때  늘 뻣뻣해 무릎을 크게 접었다 힘차게 펴며 물튀김만 많은 나와 다르게 요 녀석은 앞 가슴통을 꾹 눌렀다 허리 아래를 좌우로 부드럽게 물을 말아 내니 힘겹지도 처절하지도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물곰의 몸놀림에 내 접영 자세를 골도리 되돌아본다.  



추운 북극곰도 회색 시멘트 위를 어슬렁대는 것이 아니라 쌓인 눈을 연신 앞발로 파헤치고 있다. 그 옆 친구는 비딱하게 누워 뭐 하나 곁눈질한다. 부부인가?! 겨울이 핫 시즌인 동물원답게 겨울 동물들이 실외에서 활발히 노니는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건 따뜻한 나라의 동물, 하마다. 따뜻한 나라 동물원(태국 카오키여우동물원)에서도 콧구멍 밖에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하마의 수중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때론 유리벽 바닥에 누워 있어 똥꼬도 잘 보이고 육중한 몸매로 물속에서 걷다 이내 도움 닫기 하듯 살짝 뛰어올라 물속을 가르더니 몸을 비뚤어 옆으로 회전하는 모습, 덩치는 거대한데 내 손바닥 길이 만한 짤뚝한 발을 11자로 만들어 글라이딩 하며 유영하는 모습이 예술이다. ‘햐~ 이렇게 흥미로운 동물원은 처음 일세!’ 


동물의 냄새가 뒤섞인 동물원을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 번 가 보았지만 늘 벗어나고 싶었던 공간이지 머물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이곳 역시 하마가 있는 곳은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냄새가 더 진하게 진동하고 물속에는 부유물들이 동동 떠다니지만 그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마의 신기한 몸짓이 나를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게 했다. 왜 성공한 사례로 회자되고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 전 세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알겠다.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곳에서 몸소 체험해 본다. 




눈 속에 콕 파묻혀 있던 카페, 생푸딩이 예술인 倉沼cafe 

https://maps.app.goo.gl/TUpb75DjGcGidTeQ8


날렵한 하마의 몸집이 인상적이었던 아사히야마 동물원

https://maps.app.goo.gl/AyLywf8ootQogH4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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