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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Dec 27. 2024

[후라노]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후라노 산책 ep1. 바리스타트 + 닝구르테라스


아사히카와를 벗어나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간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후라노에서 한 밤 자고 싶었다. 겨울 스포츠가 아니면 딱히 찾지 않을 이곳에서 스키는 못 타지만 스키로프가 보이는 호텔에 머물며 따뜻한 커피 한잔에 책 한 권 읽으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지난번 바삐 돌아다녔던 일일투어에서 목말랐던 느릿한 쉼을 맘껏 누려보고 싶다. 화장실 다녀올 겸 잠시 멈춰 섰던 닝구르테라스에서의 짧은 자유시간이 못내 아쉬웠다. 이번에는 느린 걸음으로 이곳을 내가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와 함께 탐닉해 본다.   


후라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찍은 설국 풍경
기차가 다니는 길(左)도, 사람이 다니는 길(右)도 모두 흰 눈으로 뒤덮혔다. 신기해 캐리어를 세워두고 사진 찰칵! (中)




삿포로 말고 후라노 바리스타트


무릎까지 쌓인 눈이 사람과 차 이동을 위해 한쪽으로 치워져 어떤 곳은 내 키높이만큼 눈이 쌓여 있다. 삿포로의 첫인상처럼, 후라노의 첫인상은 태산처럼 느껴진 눈더미다. 마흔 중반줄에 있는 나 역시 이렇게 많은 눈은 생경해 캐리어를 옆에 세워두고 신기한 양 사진을 찍어본다. 호텔 체크인 전 이른 시간에 도착해 짐만 맡기고 모닝커피를 마시러 간다. 책 한 권 옆에 끼고 따뜻한 라떼 한잔을 위해 흰 눈밭을 가로지른다. 지척인대도 눈 쌓인 길이 조심스러워 느린 걸음이다. 걷다 서다 흰 눈 구경하다. 사진 한번 찍고 미끌 거렸다 이내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길 반복. 어렵사리 당도한 카페는 바리스타트. 삿포로에서 라떼 맛있기로 유명한 카페가 이곳에도 있다. 몇 사람 앉아 있기도 버거운 삿포로에 비해 자리가 제법 널찍하다. 글 한 줄 읽고 따뜻한 라떼 한 모금 마시고 지긋이 창밖을 바라본다. 인적 드문 곳에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새하얗게 쌓인 눈도 본다. 딱히 책에 몰입하는 것도 아닌데 커피 옆 달달한 쿠키 마냥 커피 맛을 돋아줄 책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커피 곁들이 책 읽기. 이게 내 취향인가?! 혼자 다니니 여백이 생겨 일상에서 미처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낯선 곳에서 고요히 마주한다. 책을 통해 지혜와 지식을 얻기보단 책 읽는 행위를 더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 그나저나 홋카이도의 라떼는 유독 고소하고 달달하다. 


스키로프가 보이는 호텔 라운지 유리창에는 산등성이가 새겨져 있다.
달달한 라떼를 먹기 위한 책 읽기 (左) / 허리춤까지 쌓인 창 밖 눈 (右)


닝구르테라스 옆 모리노토케이


해가 일찍 지는 겨울, 특히나 숲 속 카페는 밤이 금방 찾아온다. 불멸의 밤을 보낼지라도 이곳에 온 이유, 아늑한 오두막 카페에 들어앉아 드립 커피를 마시며 책 읽기를 위해 서둘러 길을 떠난다. 완행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닝구르테라스. 흰 눈이 뒤덮인 산길을 완행버스 타고 올라가니 재미난 풍경들을 본다. 허리춤까지 쌓인 눈으로 폴짝 뛰어넘어야 타는 버스 정류장,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스키 헬멧과 고글을 머리에 얹곤 한쪽 겨드랑이에 스키장갑을 끼고 버스비를 내려고 지폐를 꺼내는 모습. 예상치 못 했던 많고 많은 외국인들. 후라노는 여름 라벤더 시즌뿐 아니라 겨울 스키 시즌도 핫하다. 나만 몰랐나 보다. 버스는 비탈진 미끄러운 눈길을 잘도 달려 목적지 신후라노 프린스호텔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산 속이라 어스름하니 곧 해가 질 것 같다. 딱 맞춰왔다. 통나무와 주황빛 조명이 가장 예쁘게 보일 때다. 여름에 오면 온통 초록이가, 겨울에 오면 온통 하양이가 반기는 곳! 스머프가 살 것 같은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파는 오두막 빌리지, 닝구르테라스. 입장이 무료인 데다 후라노-비에이 일일투어 코스에 필수로 포함되어 있어 조명이 따뜻하게 비추는 늦은 오후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이곳을 살짝 빗겨 좀 더 안쪽에 위치해 있는 카페 ‘모리노토케이’로 향한다. 앞선 두 번의 일일투어에선 눈 흘 듯 닝구르테라스만 보고 갔는데 드디어 발만 찍고 가는 게 아니라 머물게 되었다.  


수북이 눈이 쌓인 버스 정류장(左) / 버스 안에서 본 동네 풍경(中) / 스키를 즐기는 노년의 어르신들(右)
어스름 해즐녘이 예쁜 닝구르테라스
깊은 산 속 오두막집 닝구르테라스(左) / 귀엽고 앙증맞은 눈사람 (中, 右)
모리노토케이로 향하는 길(左) / 발은 시리지만 눈 쌓인 숲길이 아름답다(中) / 드디어 머물게 된 모리노토케이 (右)




스키로프가 보이는 호텔 '라 비스타 후라노 힐스'

https://maps.app.goo.gl/QpX2dMevDYw7VFyW6



라떼가 고소한 '바리스타트' 후라노

https://maps.app.goo.gl/Uy4bRGTcmywHY4h49



아기자기 공예품 마을 '닝구르테라스'

https://maps.app.goo.gl/9hmFq1xLDz9qhnpg8



커피와 함께 한 책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77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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