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에 머물러요

by 길위에 글

비가 그친 오후

창가에 스며든 햇살이

그대를 닮았다는 생각에

숨조차 조심스러워졌어요


말없이 바라본 날들

그대는 웃고, 나는 삼켰죠

한 걸음만 더 다가섰다면

달라졌을까요, 우리 둘


그대 옆을 걷는 상상

수없이 마음속에 그렸지만

현실의 나는 언제나

뒷모습만 따라 걸었어요


울면서 웃고, 웃으며 다시 울어요

가슴에만 남은, 끝나지 않은 사랑

햇살은 따뜻한데 왜 이렇게 시린지

그대 없는 계절은 왜 이토록 아름다운지


비 온 뒤, 그대가 걷던 길을

나도 조용히 따라 걸었죠

스치는 풍경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또 아프게 해요


사소한 말투, 옆모습 하나

하루가 다 무너질 만큼

애써 건넸던 그 고백마저

아무 말 없이 흩어졌죠


바람에 흩어져버린

내 마지막 용기 하나

다시 그날로 돌아간대도

그 말을 꺼낼 수 있을까


웃는 얼굴에 눈물이 맺히죠

닿지 못한 맘이 계속 널 불러요

봄은 이렇게 눈부신데

내 안은 여전히 어두워요


혹시 너도

가끔은 날 생각하나요

같은 하늘 아래

어디쯤에서 나를 지나치나요


울면서 웃고, 웃으며 다시 울어요

미처 꺼내지 못한 너란 이름 때문에

이젠 늦었단 걸 알지만

그 마음 하나로

나는 끝나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요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댈 그리는 나는

여전히 그 봄에 머물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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