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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엘리 Oct 24. 2024

미술관 가는 길

오랜 만에 미술관 가는 길

오늘도 나는 빨간 버스를 타고 미술관으로 향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내려 석파정으로 향한다.





학창시절, 결혼 전에도

과제를 하기 위해 미술관에 갔다.

스스로 그림을 보려고 미술관에 간 적이 없다.


결혼 후

생각과는 또 다른 세상에 방황할 때

우연히 미술관에 갔다.

그 떄 그 기억이 좋아 답답할 땐 미술관에 숨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걷고 걷다가 전시 관람 중 시선이 머무는 작품 앞에서

오래도록 머물러 바라보았다.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오래도록 서서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림은 말이 없는데

나에게 온기를 전해주고

다시 한 번 해볼 용기를 주었다.


그 때 그 기운이 좋아서

요즘에도 내 시간엔 미술관으로 발이 저절로 움직인다.



처음 그림을 자세히 알고 싶었던 계기는

호암 미술관에서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그림을 본 후 한국 회화를 자세히 알고 싶었다.


한국 회화 관련 책을 찾아 읽어보고

책 속에서 알려주는 감상방법을 읽으며 이렇게 그림을 볼 수 있구나 깨닫는다.


이 시기 읽었던 책 덕분에

수묵화 매력에 지금도 푸욱 빠져있다.

묵 하나로 다양한 명암을 나타내는 신비로움.



미술관에 가면 그림 해설사(도슨트)가 설명해주어도

나는 그 시간을 피해 그림을 감상한다.


설령 내가 생각한 해석과 다르더라도

온전히 내 시선으로 보는 것이 좋다.


혼자 관람을 하고 난 뒤 시간 여유가 된다면 그림 해설을 듣는다.


해설사 이야기를 먼저 들었다면

내 생각은 없고 설명 들은 이야기만 머릿 속에 남지만

먼저 본 후 설명을 들으면

내 생각 위에

그림 해설사 이야기를 한 겹 더 쌓아 올린다.

두 이야기가 함께 할 때가 좋다.





석파정을 산책하듯 휘 한바퀴 돌며 이 곳 저 곳 둘러보았다.

어쩜 이 곳은 비밀의 정원 같은 곳

마루에 앉아 햇살을 오롯이 느끼고

시원한 비가 내리는 날  정자에 앉아

빗소리 들으며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근사하겠다고 생각했다.





전시회에서

이중섭 황소 그림을 보았다.

황소가 나에게 곧 달려올 것 같은 그 기상이 그 기운이

그림에 가득 담겨있다.


이중섭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화에서

아빠는 잘지낸다는 말에

코 끝이 시끈

엄마에게 너희들 사진 보내달라고 전해달라는 말에서

코 끝이 시끈하다 눈물 샘이 터질 뻔 했다.


가족들이 얼마나 그립고 그리웠을지

나는 감히 상상도 안 되었다.






집에 가는 길 버스 안에서

밀리의 서재 추천 도서에

이중섭 관련 책을 발견했다 .


남해의 봄날에서 출간한

<참 좋았더라>



덕분에

미술관에 가는 길 마음 만큼

미술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기분 좋았던 하루였다.



조금은

다운되었던 마음이

그림을 보고


그 공간에 머물다

나오는 것만으로 해소된다.

고맙고 신기하다.




집에가는 길 입구에서 보았던 메세지가

마음에 머문다.



그래 나도

잘 지내고 있지.

내일도 다시 걸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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