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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엘리 Oct 16. 2024

혼자 떠난 여행길 위에서




혼자서 즉흥적으로 떠났던 여행

준비가 부족해서

걱정반 설렘반이었던 여행 후

혼자 떠난 여행을 떠올린다.

(티켓사고 7일 만에 출국 ㅋ)

출발할 때 공항버스를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건강하게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자고

생각했다

엄마는 왜~ 혼자 가는 거냐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셨다.


같이 갈 사람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냥

혼자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도착하자

비가 엄청 많이 내렸다.

겨우 오사카 시내로 들어와

지하도를 걸어 걸었는데

난바 역은 30개가 넘는 출입구가 있었다


걷다가 배고파서

아무 식당에 들어갔다.


일본어라고는 인사 밖에 못하면서

또 음식 시킬 때

메밀 육수를 뜨겁게 주냐고 해서

이이에 하며  

의사는 표현했는데

호또 반대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아이스? 했는데 알아들었다..

이런 일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친절하게 소통해 주어서 감사하다.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분은

신나는 경험이었다.

저녁

초밥집에서 가방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매고 있으니

가방을 빼앗다시피 해서 벽 옷걸이에 걸어주셨던

할아버지 사장님

비가 많이 와서

운동화가 다 젖어도 멈출 수 없었던

나의 오사카 시내 방황기 ㅎㅎㅎ

첫날 하루 5000 보도 걷지 않던 내가

35000보를 걸었더니

엄지발가락이 아파 저녁에 족욕을 했다.


다음날 아침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정말 파란 하늘 근사한 아침이었다



후시미이라니에서 만난

나의 오랜 영화 속 장면

기대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아

우연히 만난 장면들에

반가움이 가득하다.


[출처:네이버영화 게이샤의 추억]

비록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도

나의 기억을 이길 수 없다

바람에 부딪히는 대나무 소리

지난밤 내린 비로

빨라진 유속을 바라보며 물멍

햇살에 반짝이던 초록 이파리

잎들도 어제 빗물 샤워로 반짝반짝 윤이 난다.

나도 모르게 이파리를 만지작만지작했다

절로 손이 나간다.


나라에서 만난 사슴 쓰담 쓰담

과자 달라고 옆구리 찌르던 녀석

아기라 과자는 좋은데

사람들 터치는 무서운 아기사슴


인사하며 다가오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도다이지 안에서 만난

불상 뒷면

백제 금동대향로와 결이 비슷한 느낌

이곳이었네 반가워 백제..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나라에서 백제의 숨결을 느낀다

내가 일본 여러 곳 중 나라를 선택한 이유


신라에게 패하여

많은 유물이 전해지지 않는 백제

백제인들이 남긴 유물은 나라에서 숨 쉬고 있다.


위험한 곳이 아니라면

혼자 여행도 한 번 즈음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꼭 해외가 아니어도 괜찮다

당일치기 여행도 괜찮다.


나 혼자 새로운 장소를

온전히 경험하는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


혼자 여행할 곳을 정하고

혼자 걷다 배고프면 눈길 가는 식당에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먹고

다리 아프면 카페에서 멍하니 있어보기도 하고

또다시 걷다 그곳 사람들 삶을 관찰하는 시간


이 모든 시간을 오로지 내가 내린 선택으로

보내는 것!!

타인과 타협하거나 조율하지 않아도 된다.


특별하지 않아도 신나고 흥이 나고

즐거웠던 순간이었다

다리는 아프지만

마음에너지는 충전되는 순간

밤이 되어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 후

그날 내 눈에 스친 휘발되는 모든

기억을 한 자 한 자 적었다

그 모든 기록을 바인더로 모았다.

​가끔 삶에 지칠 때 꺼내 보는 것 만으로 충전된다.​


여행은 꿈꾸는 순간 이루어진다.


매일 나는 일상 속에서

이 글귀를 품고 하루를 살아간다.

언젠가 떠날 그날을 기다리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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