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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엘리 Oct 31. 2024

안부 전화

가만히 듣는다.

가만히 듣다가

내가 듣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짧게 대답한다.


숨죽이고 듣는다.


그러다가

맞장구를 쳐준다.


가끔 소름이 끼치도록

꿈이 생생하여 억지로

깨어나는 새벽



며칠 전 새벽 2시 45분

무서워서 그 꿈이 사실 같아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

걱정되어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침 일찍 동생에게 나 대신 안부 전화를 부탁한다.

어쩌면 너는 또 미루겠지.

내가 하면 되는데 일부러 동생에게 부탁한다.


누나 신기해

내가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삼촌 전화가 왔어!


그래?

잘 지내고 계시지?


응!

다행이다.


퇴근길 엄마와 통화.

오늘 할머니 기일이라고 말해주셨다.

나는 할머니 돌아가신 것을 믿고 싶지 않아.

일부러 기일을 기억하지 않는다.


나 혼자 할머니 생일 알림을 오면 우리 함께 보냈던 생신날을 떠올린다.


그래? 나는 몰랐네!


엄마 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나온 것이 처음이라.

반가웠는데...


그 전에 있던 상황을 이야기하며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했고,

얼마나 생생했는지

엄마에게 두근거렸던

새벽을 떠올리며 꿈 이야기했다.


엄마는

기일이 가까워지니 그랬나 보다.

나를 안심시키듯 이야기해 주셨다.

일어나지 않은 일로 걱정하지 말라며,


그리고 얼마 전

6년 만에 통화하였나?

잘 지내고 계심이

고마운 안부 전화


내가 먼저 전화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 한참 동안 듣는다.


같은 하늘 아래

어쩌면 외로울 순 있겠지만

나름 편안하게 건강히

지내고 계심에 고맙다.


나도 내 자리에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처럼

잠잠히 조용히

물 흐르듯 살아야지


소용돌이치던 마음이

다시 잠잠해진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오프더레코드]

하늘에서도 막둥이 생각하고 계신건지 모르겠다.

잘 지내고 있음을 알고 계시죠? 꿈이지만 반가웠음을 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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