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듣는다.
가만히 듣다가
내가 듣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짧게 대답한다.
숨죽이고 듣는다.
그러다가
맞장구를 쳐준다.
가끔 소름이 끼치도록
꿈이 생생하여 억지로
깨어나는 새벽
며칠 전 새벽 2시 45분
무서워서 그 꿈이 사실 같아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
걱정되어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침 일찍 동생에게 나 대신 안부 전화를 부탁한다.
어쩌면 너는 또 미루겠지.
내가 하면 되는데 일부러 동생에게 부탁한다.
누나 신기해
내가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삼촌 전화가 왔어!
그래?
잘 지내고 계시지?
응!
다행이다.
퇴근길 엄마와 통화.
오늘 할머니 기일이라고 말해주셨다.
나는 할머니 돌아가신 것을 믿고 싶지 않아.
일부러 기일을 기억하지 않는다.
나 혼자 할머니 생일 알림을 오면 우리 함께 보냈던 생신날을 떠올린다.
그래? 나는 몰랐네!
엄마 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나온 것이 처음이라.
반가웠는데...
그 전에 있던 상황을 이야기하며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했고,
얼마나 생생했는지
엄마에게 두근거렸던
새벽을 떠올리며 꿈 이야기했다.
엄마는
기일이 가까워지니 그랬나 보다.
나를 안심시키듯 이야기해 주셨다.
일어나지 않은 일로 걱정하지 말라며,
그리고 얼마 전
6년 만에 통화하였나?
잘 지내고 계심이
고마운 안부 전화
내가 먼저 전화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 한참 동안 듣는다.
같은 하늘 아래
어쩌면 외로울 순 있겠지만
나름 편안하게 건강히
지내고 계심에 고맙다.
나도 내 자리에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처럼
잠잠히 조용히
물 흐르듯 살아야지
소용돌이치던 마음이
다시 잠잠해진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오프더레코드]
하늘에서도 막둥이 생각하고 계신건지 모르겠다.
잘 지내고 있음을 알고 계시죠? 꿈이지만 반가웠음을 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