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않는 아이-
대박이는 그렇게 우리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날로 우린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하죠.
의외로 빨리 2개월 만에 똥, 오줌을 다 가렸는데도, 그런 기약이 없던 시절의 그날들은 몹시도 힘든 나날이었던 것 같아요. 맞벌이이자, 주부인 제가 회사에 나가서도 일을 해야 했고, 집에 들어 오면 가사와 아이를 챙겨야 했는데, 이젠 대박이까지 챙겨야 했으니까요.
물론, 각오도 단단히 하고 데려온 아이였지만, 데려온 첫날부터 캔넬 안에서 실례를 하더니, 이제 집이건 사무실이건 어디서건 소독하고 치우고 닦고 하는 일이 무한 반복이 되었던 거죠.
정말 힘들었습니다.
돌아서면 휴지를 들고 치우고, 소독하고, 또 돌아서면 오줌 싸고, 똥 싸고.
사료를 많이 먹는 것 같지도 않은데, 지 몸보다 더 많이 싸는 것 같았어요.
하루에 몇 번이나 됐을까요?
글쎄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40번은 된 듯 하고.
아이들 어릴 때, 신생아의 시절처럼 자주 먹고 자주 싸고 그런 것 같아요.
왜 아이들 키울 때, 백일 때까지가 제일 힘들잖아요.
사람처럼 겨우 4~5시간 자기까지가, 한두 시간 자고 일어나서 먹고 보채고 자고 그런 무한 반복의 늪에 빠지 잖아요. 마찬가지로 어린 대박이도 이제 커야 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는데, 그땐 강쥐를 처음 키워봐서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이 일을 언제까지 하는건지 도대체 아이는 언제 똥오줌을 가리는지 전혀 감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아주 뻔뻔하게 대박이는 잘 지내고 있었어요.
어떤 날은 회사에 가려고 차에 태우려고 뒷문을 열면, 거기 오로시 어제의 똥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가족들 모두. 언제 쌌지? 그럴 시간이 없었는데??
하며.
참 신기한 일이었어요. 어제 분명히 대박이를 뒷자리에서 내릴 때 똥 같은 것 못 봤으니까요.
환기는 기본이고, 사무실에서도 한 달 지나고 나니, 이젠 베란다 깊숙한 곳에 숨어서 싸 놓거나, 어디 모퉁이에 싸 놓거나, 이젠 찾아다니면서 그 흔적들을 발견하면 그때그때 다들.
"이사님~~~ 대박이 똥 쌌어요" 라며 저를 불렀지요.
직원들도 치우고 대표님도 치우고 아들도 치우는데, 그래도 가장 많이 치우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건 제 몫이었던 것 같아요. 뭐 할 수 없죠. 제가 데려왔으니.
그래서인지 어디서 유튜브로도 보고 하니, 어릴 때부터 교육을 확실히 시키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신문지로 돌돌 말아 몽둥이를 만들고 아이에게 겁을 주면서 교육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똥오줌을 아무 데나 마꾸 싸는 아이를 슬슬 교육을 시키려고 했는데.....
이 아이는 기가 죽지 않는 아이였어요.
"이게 모야? 엄마가 여기서 싸라고 했어? 저기 판넬 앞에 가서 싸라고 했지?"
하며 신문지로 탁탁 치니까, 이것이 대들지 뭡니까.
부당하다는 거죠. 나는 잘못한 일이 없는데, 왜 화를 내냐?
"앙!! 앙!! 앙!!!~~"
아무리 겁을 주어도 겁을 먹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교육시키려고 하다가 세 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결국은 제가 포기하고 대박이 안 보는데 가서 울었던 기억이 나요.
"어떻게 하지... 아, 이건 아닌데, 큰일 났다."
지금까지 이중 삼중으로 일과 가사와 아이까지 모두 한꺼번에 피곤과 힘듦이 겹쳐져서 울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의 기세가 작은 호랑이 같았어요. 전혀, 기죽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점점 더 커서
대형견이 될 텐데.... 큰일이다 싶으면서도. 그냥 저는 타협을 해 버리고 말았어요. 제가 졌으니까요.
아주 조그마한 녀석한테 지고 만 것입니다.
처음엔 아이를 사무실에서 같이 키우려고 했어요.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다녔죠.
그런데 건물주의 나이 어린 와이프가.... 개를 엄청 무서워한답니다. 겨우 5개월인 아이를 보고요.
(그럴 수 있긴 한데, 개가 건물에 대고 오줌 싸는게 싫었던 것 같아요).
두 달간은 데리고 다니다가 결국 집에 놓고 나오게 되었죠. 집에 놓고 나올 때의 심정이란 또 이루 말할 수 없었고요.
물론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라, 집에 들르고 학원 가는 사이 시간마다 대박이를 돌보았지만, 내심 같이 있어야 하는데 아주 미안했죠. 예상과는 달라진 거였어요. 조그맣더라도 사옥을 지었어야 했는데.... 개를 키우려면 사무실을 빼라고 하니.
현실과 타협하면서 대박이는 이제 똥오줌도 가리고 혼자 탈출도 하고, 디지털 도어록도 몇 개 말아 드셨습니다. 즉 문도 지 맘대로 열어서 탈출도 한 거죠. 탈출해서 공원에서 방황하는 아이를 경비원 아저씨가 연락해서 찾았던 아찔한 기억도 있습니다. 부르면 콜이 안 되는 허스키 특성상 공원에서 찾으면 여지없이 '나 잡아봐라' 시전이었죠. 애가 안 와요 ㅠㅠ 정말.
그래서 부랴 부랴 현관문에 애견 칸막이를 해도, 쑥쑥 커가면서 거기도 훌쩍 뛰어넘습니다.
단단히 조여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때 이중문을 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모르는 초보 견주였었고,
지금도 미안한 일은 어떤 대표님이 말라뮤트를 키우셨는데 대형견들은 어려서부터 초크체인을 해서 길들여야 한다고 하셔서. 초크체인을 2년 동안 한 일이었죠.
초크체인은 말 그대로 쇠사슬로 아이를 조련하는 아주 잔인한 방법 중의 하나였습니다.
길들이기 위해 목을 조이는 거죠. 산책하면서도 다른 데로 가려고 하면 줄이 조여지는 특성상 아이는 캑캑하면서 말을 듣게 되는. 지금이야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린아이 키우듯이 잘 타이르고 가슴줄로도 조율이 된다는 걸 아는데, 그땐 잘 몰라서 더 그랬습니다. 강형욱 씨도 안 나왔던 시절이었어요.
암튼, 대박이는 그렇게 집에서 적응하고, 저는 처음에는 "이 아줌마랑 잘 지내보자"라고 하다가,
"엄마"라는 타이틀을 갖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엄마가 되더군요.
"엄마한테 와 대박" 이렇게요.
어떤 존재이던, 서로에게는 스며들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서로가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시간들이 필요하고, 그리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사랑하게 되죠.
그렇게 대박이는 제 가슴속에서도 자식처럼 자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