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그 아찔했던 기억 속으로
비켜요, 비켜~
처음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나가던 날,
병원 옆 하천 길을 신나게 달리다
어떤 아주머니와 부딪칠 뻔했어요.
놀란 마음에 다급하게 외쳤죠.
“비켜요, 비켜요~”
“띠롱, 띠롱!”
자전거를 처음 배운 건
학교 운동장에서였어요.
뒤에서 자전거를 붙잡고
헥헥거리며 뛰던 친구가
“아고, 아고 힘들다~!”
툴툴대더군요.
괜히 미안해진 저는
“나 혼자 해볼게! 자, 달린다~!”
큰소리쳤지만 두려움의 페달을 힘껏 밟았죠.
그런데…
운동장 끝에서 시비도 걸지 않은
얌전한 농구대에...
쾅!!!
운동장 바닥에 벌러덩 넘어지며
머리 위로 까만 별이 반짝이던 그 순간,
‘자전거는 나랑 안 맞나…??’
잠깐 그런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도전정신이 활활 타오르던 시절,
머리 세포 수억 개쯤 날려먹었는지 모르지만
다시 벌떡 일어났어요.
(아마 그 충격 이후로 지능이 좀 나빠진 듯요. ㅎㅎ…)
그렇게 운동장을 수십 바퀴 돌며
조금씩 자신감이 붙자
드디어...
“아, 큰길이 나를 부른다~^^”
걸어서만 다니던 길을
두 바퀴로 달리니
바람결부터 다르게 느껴졌어요.
키가 커진 거 같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건물 사이를 휙휙 지나치는 속도감!
뭔가 도전해서 성공했다는
성취감까지 더해져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아, 이런 기분에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구나!’
그런데 문제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보행자 쪽 도로로 역주행 중이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거죠.
사람들은 불쾌한 표정으로 저를 피했고,
저는 그 이유도 모르고
계속 외쳤어요.
“비켜요~ 비켜요~
띠롱~ 띠롱~”
아. 어느 순간
역주행 실수를 알아차렸지요.
‘아. 차. 차차!!’
그래도 사고 없이 지나간 걸
다행이라 여기며
다시 페달을 밟았어요.
샤랄랄라랄 라라라~~
신바람 나게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니
어느새 하천변에서
큰 도로에 접어들었어요.
큰길은 도로가 내리막길이다 보니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어요.
재밌기도 한데 살짝 겁이 나서
속도를 늦추려고 브레이크를 잡는데
어?? 딸깍... 딸깍...
속도가 줄지 않는 겁니다.
당황해서 수없이 브레이크를 잡아도
힘없는 딸깍임뿐~
이크!!!
브. 레. 이. 크. 가 고장 났나 봐요.
내리막길을 정신없이 빠르게
달려가는 자전거
그동안의 여유는 사라지고
겁이 덜컥 나고
숨이 턱 막히는 거예요.
'이대로 뛰어내릴까?
어떡하지?
순간 두 발 모으기~??'
온갖 생각들이 스쳐갔어요.
순간 뛰어내리기엔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대로 달리려니
끝도 없이 아득해지는데
'엄마야, 나 어떡해~~'
그렇게 겁에 질려 달리다 보니
장터로 접어들었어요.
길 가장자리로
온갖 물건들이 즐비하고
사람들도 북적대고 있었어요.
속도 조절이 안된 상태로 질주하다 보니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를 일이었죠.
나만 아는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점점 숨이 막힐 지경이었죠.
‘어떡해… 어떡하지…’
그렇게 안절부절 상태로 달리다 보니
저만치 수북한 배추 더미가
시야에 들어오더군요.
“저거다!” 싶었어요.
사람이 아닌 배추 라면…
그게 낫겠다 싶었죠.
배추가 초대도 안 했는데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돌진했습니다.
퍽!!!
우당탕탕~~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정신없이 달리던 자전거는
배추 더미에 처박히며
저도, 자전거도 나뒹굴었죠.
충격에 멍한 정신으로
겨우 일어나는데—
배추 주인인듯한 아주머니가
헐레벌떡 달려오시더니
"학생, 아이고 뭔 일이래?"
"안 다쳤어?"
"괜찮아?"
라고 했다면
얼마나 감사했으련만~ㅋ
그건 나의 바람이었을 뿐~
널브러진 배추단을 보던 아주머니는
눈을 부릅뜨더니 우악스러운 목청을
장터를 향해 쏟아냈습니다.
"오메! 눈깔은 어따 두고
여기다 처박았데?"
"배추 짓무른 거 어쩔 거냐 엉?"
"첫 마수도 못했는데
재수 옴 붙었네
아이고 못 살아!!"
온 장터가 떠나가라
역정을 내시더라고요.
팔려던 배추가 뭉개졌으니
화내시는 거야 당연하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고
졸지에 하루아침에 불량소녀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때, 아저씨가 다가와
“아이고 우리 딸이랑 비슷하것는디~
몇 학년이여?”
하시며 험악한 분위기를 풀어주셨어요.
그제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브..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요…”
연신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다행히
부모님까지 호출되는 건 가까스로 면했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놀라고
지쳐버렸어요.
패잔병처럼 자전거를 끌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길이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던지요.
그때가 아마 중학교 2학년.
자전거 한 번 타보겠다고
농구대에 들이받고,
도로 역주행에,
브레이크 고장 나서
배추 더미에 처박히기까지…
왜 모두가 쉽게 배운다는 자전거 타기가
저에게는 그리 험난했는지 모르겠어요.
브레이크 고장 난 순간부터
얼마나 노심초사했던지
그 후로는
자전거를 단 한 번도 타지 않았어요.
(혹시.. 농구대에 부딪칠 때 브레이크 충격 먹었을까요?)
하지만 그날의 스릴과 성취감 또한
아직도 제 마음 한편에
두근두근한 기억으로 남아 있답니다.
오늘 문득,
그 일이 떠오르니...
자전거 타고
바람을 가르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네요.
그런데… 혹시…
자전거 타는 법…
잊어버린 건 아니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