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에서 들려오는 오 주여!

사우나에서 생긴 해프닝

by 김사임



기분 전환하려고 한 번씩 사우나를 이용한다.
그날도 자리를 잡고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뜨거운 물줄기가 쉼 없이 쏟아지고
흐릿하고 시끄러운 물소리 사이로
희미하게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오, 주여!!”

탄식처럼 터져 나온 그 말에
순간 깜짝 놀랐다.

‘아이고, 얼마나 힘든 일이 있길래
목욕탕에 와서까지 저럴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오… 주여!!”

대체 어디서 나는 소린가 싶어
고개를 들어봤더니
바로 내 옆에 있는 여자분이었다.


마른 체형의 분이었는데
무슨 사연이 있나?
많이 아픈가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기적인 간격으로

끊임없이 들려온다.

오 주여!
오 주여!!

시끄러운 물소리를 뚫고
이상하게 그 탄식은
정확하게 내 귀에 꽂혔다.

다리를 밀면서도
“오 주여!”

어깨를 밀면서도
“오… 주여!”

이쯤 되니
‘이건 습관인가?’ 싶어졌다.



점점 내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슬슬 거슬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오 주여! 하면서

때를 때마다
무슨 때는 그리 많이 나오는지…


아니, 저 사람은 도대체 뭐지?

얼마 만에 사우나에 온 것일까?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끝없이 들려오는


오 주여!

오 주여! 소리에

처음엔 사연 있는 분인가 안타까워했던 사실도 잊고 내 일에 집중 못하는 상황이 점점 힘들어졌다.


주위를 돌아보니

다른 곳은 이용자들로 빈자리가 없는데 이 여자분 주변만 비어있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이쯤 되니
이제는 타인은 안중에 없는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화가 슬슬 치밀어 올랐다.

‘참 별 사람 다 보겠네…
아니, 때를 미는데
왜 샤워장에서 저러는 거야…’

옆 사람이 힘들어해도
안중에도 없는 듯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

오 주여!
오 주여!!

결국 참지 못하고


“아이고, 시끄러워라!”


한마디 했지만,
이미 무아지경.
소음 때문에 안 들리는지
계속 때만 밀고 있었다.

‘종교가 있어도 저러는 건 아니지…
아이구, 지겨워라…’
궁시렁대며
결국 내가 다른 자리로 가버렸다.

별 이상한 사람 때문에
사우나 온 기분 다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웃긴 건 그다음이다.
집에 와서도
그 여자분이 계속 생각나면서
‘오 주여!’ 부르면
기분이 나아지나?
궁금해진 것이다.

그래서 그 후, 힘든 일이 생길 때
나도 모르게 한번 해봤다.

“오… 주여!”

정말 신기하게도
순간 기분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ㅎㅎㅎㅎ~


그래서 가끔씩 혼자 답답할 때


오.. 주여! 를 외쳤는데



얼마 전 언니랑 아울렛 가는데

차가 밀렸다.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 주여!!”
내뱉고 말았나 보다.


언니가 놀란 얼굴로


"너 교회 나가?"


나는 화들짝 놀라며


"아니...??

어머머.. 뭐래?ㅋㅋㅋ"


웃고 말았지만
외출 내내 긴장했었다.ㅎ





참나,
남한테는 뭐라고 해놓고
내가 이러고 있다니...

그분은 아마 신실한 신자였을 거다.


나는 결혼 전 2년 교회에 다녔다.


결혼 후에는 유교가 뿌리 깊은
시댁의 반대로
1년 남짓 다닌 게 전부인
‘나이롱 신자’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싶지만,
지금도 가끔 할 때가 있다.


은근 중독성이 있는 거 같다.


자주 하면 안 된다.

너무 답답할 때…

오.. 주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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