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은 내가 치료한다.
"옴마야!!"
5학년 여름 무렵,
왼손 검지 손톱 옆에 사마귀가 생겼다.
얼마나 싫고 화가 나던지!
언니에게 보여주니
"오매! 너 큰일 났다~
인제 시집도 못 가것다! ㅋㅋㅋ"
놀려대고...
동생은
"언니야, 그거 옮는 거 아녀?"
화들짝 놀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래, 치~~
내가 해결한다.. 내가!
그땐 인터넷도 없던 시절인데
어디서 들었는지
“무화과 진액이 사마귀에 좋다”는 정보 입수!
마침 우리 집 담벼락 옆에
커다란 무화과나무가 있었다.
무화과를 따서
사마귀 표면에
하얀 진액을 발라봤다.
흠… 이건 뭐,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 끝에 결심했다.
“수술을 해야겠다!”
한다고 맘먹으면
하고 마는 사임...
필요한 수술 도구를 준비했다.
1. 손톱깎이
2. 소독약
3. 화장지
평상에 앉아 손톱깎이를
소독한 후
결연한 의지로 외쳤다.
“수술 시우~시작!!!”
이를 꽉 앙다물고
손톱깎이로 사마귀 단면을 싹둑!!
크, 아아아~악!!!!!!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
얼굴이 시뻘게지고
손가락을 부여잡고 몸부림을 쳤다.
지혈을 하고
다시 들여다보니
하얀 심이 콕콕 박혀 있었다.
“흐미… 징그러운 거
얼른 꺼져라잉~!”
또다시 손톱깎이를 들고
그 심들을 하나씩 제거하려니
처음보다 더 아팠다.
정말 숨이 넘어갈 정도로...
그런 다음
무화과 하얀 진액을 폭탄 투하 했다.
마르면 또 바르고
또. 또. 또 바르고...
무화과나무 주변에서
하루 종일 설레발치는 나에게
엄마는...
“설익은 무화과 따묵으면
입 찢어진다!”
ㅎㅎㅎㅎ~~
"지금 따묵은 거 아닌데요…
나 지금 수술했다고요
음청, 아프다고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무신, 귀신 씬나락 까묵는 소리냐!"
하실 게 뻔해서
그저 팔자에 없는 ‘묵언수행 모드’로 진액을 발랐다.
하얀 진액은 마르면 약간 코팅된 듯
반질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얼마 후
상처가 나으면서
증말로
"사마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에헤라 디여~~
잦은 방아를 찧어라~!!ㅋㅋㅋ^^
그리고...
그 후로 정말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물론 그립거나 보고 싶은
존재는 아님~ ㅋ)
여름에
무화과가 나올 시기가 되면
“그게 정말 효과가 있었나…?”
가끔 궁금했지만 늘 지나치다가
오늘,
검색해 봤다.
***[무화과 진액의 사마귀 제거 효과]*
무화과의 유백색 진액(라텍스)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피신(ficin)이 함유되어 있어
사마귀처럼 각질화된 조직에 작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단, 피부 자극이 강하므로 의료적 사용은 권장되지 않음.
오호!!
저는 그때 무화과 하얀 진액 효과를
본 거 같습니다~ㅋ
"내 병은 내가 치료한다.
"충~성!! ㅋㅋㅋㅋ"^^
***예전에는 영양 상태가 안 좋은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사마귀, 종기, 부스럼 이런 피부병들이 더 성했던 거 같습니다.
지금은 그 무화과나무가 있던 주택도 빌라가 들어서서 볼 수 없지만
가끔 그 시절이 떠오르면 엄마의 꾸중도 형제들과 나눈 이야기도 모두
애틋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됐네요.
그때, 무화과와 사마귀 이야기는
어쩌면, 내 아픔을 이겨낸
첫 번째 용기였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