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길에서 만난 청년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던 봄날, 이른 아침.
고요한 공원 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습니다.
분홍 벚꽃송이가 바람결에 나풀거리고,
상쾌한 공기에 마음마저 맑아지는 순간이었지요.
그때, 저 멀리서 한 청년이 속도를 내며 달려
오는 게 아니겠어요?
뭔가, 느낌이 쎄.. 했지만
나를 지나쳐 가겠지?
하지만 보기 좋게 기대는 사라지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청년이 제 앞에 턱! 멈춰 섰습니다.
그러고선 다짜고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우리, 가족이잖아요!"
"잉??"
너무 황당했지요.
그 상황이 당황스러워 외면하고
모르는 척 지나쳤더니
그 청년이 다시 쫓아왔어요.
그러고는 이전보다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우리 가족이잖아요!!"
속으로 '아니, 니가 가족이면,
내 아들이라도 된다는 거냐? 아, 진짜...'
주변을 돌아봤지만 아침 이른 시간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지요.
여자 혼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순간이고..
게다가 한눈에 봐도 힘이 넘쳐 보이는 청년
'어떡하지? '
순간 갈등했어요.
무섭기도 하지만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될 거 같아서 각 잡고 응수했어요.
"그래, 가족이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 청년과 눈빛이 마주쳤습니다.
심장이 얼어붙을 거 같던 그 순간...
5.4.3.2.1...!!!!
눈을 껌뻑이던 혈색이 좋은 그 청년이
갑자기 내 앞을 가로질러
보도블록이 부서질 듯 달려갔습니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가족이다! "
"가족이다!!"
그렇게 말처럼 달려 벚꽃길 사이로 사라지는 걸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그 자리에서 멍하니 바라보았지요.
지금이니까 웃고 쓰지만
그때는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던지요.
다행히 그 청년이 원하는 반응을 했다는
안도감에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가족관계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젊은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참 걱정이다 싶더군요.
만약에 "가족 아니야!"라고 응수했다면
또 어땠을까요?
참 아찔한 일이었네요.
얼떨결에 생면부지 그 청년과
"가족이다!"
단 몇 초,
두려운 공기 속에 서있었지만...
가족이라는 말,
누군가에는 공기처럼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붙잡고 싶은 간절함일 수도 있겠지요.
'가족, 참 쉽지 않은 관계지!' 생각하며
그날은 벚꽃이고 뭐고 결국,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공원 산책도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은
피해야겠구나 현실적인 생각과 함께요.
* 가정의 가장 소중한 구성원인 가족!
세상의 모든 가족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