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남자 4화

개구리와 남녀 사이

by 김사임


"혹시, 영규 동생 아니에요?"


천하장사의 그 말에

흑과 백의 고요한 평화가 와르르 무너졌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규는 내 친구의 친오빠였고,

천하장사와 키다리의 학창 시절 동창이었데

그 까만 눈썹과 눈매를 보고 눈치챘다나?


그런데 말이지,

천하장사와 영규 오빠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모양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바닷가 이야기는 그날을 끝으로

먼 바다로 흘러가 버리고 말았지 뭐니


'와, 개구리와 남녀 사이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더니

무슨 그런 상황이 있다니?






문제는 그 이후였어.


키다리는 여전히

"밥 드셨어요?웩" 전화를 하고

천하장사는 나 혼자 있을 때 기가 막히게 연락.

또 둘이 전화를 하기 시작했어.


키다리가

"ㅇㅇ씨 언제 한번 만나죠? "

그래서 마지막 말을 준비하고 있었거든?


그 와중에

천하장사가

"잠깐 할 얘기가 있어요!"

라고 연락을 했더라고.


"뭐지?"

이상한 예감이 스멀거렸지

약속 장소를 보니

근사한 음식점이었어


솔직히,

키다리라면 모를까 왜 천하장사가 보자고

하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나갔어.


식당은 도시 외곽,

근처에 군부대가 있는 외진 곳이었어

저녁을 먹는데 천하장사가 단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어.


비싼 음식점인데 말 한 마디 안 하니

체할 뻔 했지 뭐니?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세상은 이미 칠흑처럼 어두웠지

풀벌레 소리에 시골 흙냄새가 나더라구

분위기는 좋았지.


주차장은

다리 너머에 있었어

장맛비가 온 뒤라 다리 아래로

물이 콸콸 흘러가더라고

불빛 하나 없는 다리 위에

나와 천하장사와 단둘이뿐.


'아고야, 이런...

아버지가 아시면 경을 치시겠구나.’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지

외간 남자와 어둡고 외딴 곳,

그런 일 자체가 처음이었으니까.


이 남자,

할 말 있다더니 식사 시간 내내

그 무거운 롤러 같은 입을 꾹 닫고 있었단 말이지.


또 김칫국 들이킬까 싶고

망신살 떠오르니

어색한 분위기를 삐삐본색으로

털털하게 무마하려고 했거든?

그런데

이번엔 뭔가 느낌이 다른거야

무겁고, 묘하게 깔린 긴장감이 말이지.


그래서 모른 척,

앞장서서 차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지.

자기 방어 본능이랄까?






그때였어.

천하장사가 나지막이 불렀어.


"잠깐만요!."


육교를 막 지나려다

그의 목소리에 붙잡혔어.

심장이 쿵쾅쿵쾅 나대더라

쉼 호흡을 크게 했어.


그가 천천히 다가왔어

내 옆에 나란히...

우린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섰어.


너른 들판에

물소리는 요란하고

풀벌레 소리...

개구리 떼창 소리는 베토벤

9번 "합창"에 버금갔지.


그런데

눈치 없이 모기떼가 달려들더라고

긁적이고 싶은데 긴장감은 팽팽하고

압도당한 뭔가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는데

이러다

멍게가 되고 말지 싶었어.


결국, 참을 수가 없어서 내가 물었어.


"무슨... 얘긴데요?"


어둠 속에서도 천하장사 얼굴이

무겁고 진지한게 느껴지더라.


"저… 친구랑 얘기했어요.

아시겠지만, 외모 차이도 크고…

친구가 고마웠다고 전해달래요."


어? 솔직히 의외였어

이 얘기 하려고 그렇게 무거웠던거야?


'오늘 키다리하고 통화했는데

그런 느낌 아니었는데?'


자존심이 살짝 욱 했지만,

뭐, 다행이다 싶기도 했어.

그렇게 내 고민 하나가

툭, 덜어진 느낌이었거든.


"아, 괜찮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최대한 발랄하게,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지.


남자들 의리랄까,

친구 챙겨주는 진심은 느껴졌지만

왠지 모를 의구심도 생겼었지.


'그 얘기였나보네' 싱겁기도 하지

괜히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려고

주차장 쪽으로 몸을 돌렸어.






그런데, 그 순간

천하장사가 내 손목을 탁 잡아 끌더라


'이건 또 무슨...'


망설일 새도 없었어.


읔!!


순식간에

내 입술에.. 뽀뽀를...

(키스 아니었음)


태어나서 처음 당한 뽀뽀

얼마나 놀랐던지...

몸을 움츠리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잖니.


느려 터진 사람이

그럴 때는 전광석화 같지 않았겠니?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나에게

천하장사가 말했어.



......



"우리,

오늘부터... 사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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