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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 Nov 09. 2021

열심히 살아야 할까?

열심히 살면 기분이 좋다. 회사를 다닐 때는 남들 만큼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맡은 일을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하면 야근을 했고, 야근을 해서라도 책임감 있게 일을 끝내면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하는 일은 프로젝트별로 바쁜 시즌이 있어서 프로젝트 마지막 즈음에는 매일 새벽 한 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밤늦게 퇴근하고, 또 아침에 일찍 출근하면 몸은 축나는 것 같아도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은 뿌듯했다. 


주어진 일이 없으면 열심히 살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렵다. 나는 유혹에 취약한 사람이다. 시험공부를 할 때도 항상 게임의 유혹을 못 이겼고, 독서실에서도 매일 같이 만화책을 보던 사람이다. 그런 유혹들을 이길 수 있는 게 남들의 인정이었다. 인정 욕구가 강해서 누군가의 칭찬을 바라고 열심히 일한다. 시험공부는 열심히 해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지만,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알아봐 준다. 


프로젝트의 막바지 무렵, 새벽 한 시에 택시를 탔다. 새벽의 택시는 정말 빠르다. 지하철로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새벽 택시는 십오 분만에 주파한다. 피곤한 몸,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다 떼며 빨리 달리는 택시 이렇게 두 가지가 갖춰지면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못 들고, 울렁거려서 핸드폰도 못 쳐다본다. 그래서 새벽 택시에선 항상 창 밖을 바라봤다. 누가 운전하는 차에서 창 밖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택시가 수리 터널을 지나가는데, 수리산 -> 수리고 -> 김연아?로 의식의 흐름이 이어졌다. 김연아는 세계 제일의 피겨스케이팅 선수에다가 배고픈 것도 참아가면서 엄청난 노력을 했다던데.. 왜 그렇게까지 노력을 했을까? 돈일까? 일에 대한 즐거움이나 열정일까? 1위라는 명예욕일까? 그것도 아니면 신념? 세계 평화? 


잘 모르겠다. 인생을 열심히 살면 기분이 좋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냐고 물으면 당연히 못 찾을 것 같고, 내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냐고 물어도 못할 것 같다. 김연아 발끝만큼도 못할 것 같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나는 포기할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돈도 아니고 명예욕도 아닌듯하다. 이미 늦어서 포기한 걸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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