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홀로 가는 자

유짱의 지구별 표류기

by 유이지유

언제였더라. 온양온천 행 첫 열차에 몸을 실었던 것은?

잠을 떨치지 못한 이들이 꾸벅이는 열차 너머로 비치는 것은 나의 얼굴이다.

빛도 차들지 않은 차창에 비친 얼굴은 이미 많이 낡아졌다. 그럼에도 눈빛은 아직 너머의 허상을 쫓고 있다.


엄존하는 세상의 부적응자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현명함을 터득하지 못했다. 배우는 법을 포기한 지 오래다. 허상을 허상으로 흘려보내지 않는 것밖에 할 줄을 모른다. 남은 존재 증명법은 이제 이것밖에 없다.


만 2년 만에 다시 찾는 길이었다. 설렘은 아니었다. 잠 못 들어 너무도 이른 길을 재촉한 것은. 가야 할 것 같은 등 떠임과 위로가 어둠과 동무한 것이다.


‘겁먹어서 멈추지 말라고. 어딘가로든 가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2년 전의 네가 그렇게 헤매면서도 지금으로 걸어왔듯이!’

나름의 위로를 해주었다.


떠밀림과 위로가 서글픈 기쁨으로, 차창의 빛처럼 낡아진 얼굴과 깊어진 동공으로 차 들었다.
익숙한 역 이름 앞에 내려 사진도 몇 장 찍는다. 가야 할 곳이 있기라도 할 것처럼 길을 재촉했다. 누구와도 동무할 일이 없는 여정이다.


은행나무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길을 홀로 걷는다. 벌거벗은 겨울철 나무는 무엇으로도 저를 가리지 못한다. 벌거벗은 것들이 끝도 없이 서 있다. 누구도 벌거벗으려 하지 않는 세상에서 참으로 용감 무식하다. 자랑이 되지 않는 시절이다. 볼 품 없는 시절을 함께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개 한 마리 얼씬도 안 하지 않는다. 손가락질할 이조차 없는 길을 홀로 걷는다.


너마저 너를 미쳤다고 할까 봐

정신을 단단히 여며본다.




....


<홀로 가는 자>-은행나무길을 걸으며

아무도 하지 않은 짓을 혼자서 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혼자 걷는다.
너는 정말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걸어가는구나.
아무도 없는 길에서 무슨 생각과 함께 걷고 있는가.

너는 홀로 가는 자이나,
홀로 걷지 않는구나!
너의 세계를 이끌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구나!

너조차 알지 못하는 세계를,
이제 막 발견되기 시작한 세계를 향해-

버거워 너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가슴 부풀게 만들기도 하는 그 세계를 전부 이끌고서
고요 속에 아우성치는 세계를 끌어안으려
오늘 이 길을 홀로 걸어간다.

어제도 홀로 걸었던 그 길이다.
내일도 홀로 걸어갈 그 길이다.

아무도 너를 끌어안아주지 않을지 모르는 세상에서
너의 세계를 끌어안기 위해.
홀로 걸어간다.